날선 여야 대치속 헌정사상 첫 준예산 우려 고조
내일 예산안 예결위 상정할듯…여 "단독심사" vs 야 "의회 파국"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새해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2일 이전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법정 시한을 하루 남긴 1일에도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심의는커녕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지난 2003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어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국회는 올해 '준(俊)예산 편성'이라는 또다른 오점을 향해 제어장치 없이 다가가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강행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어 국회 운영이 언제쯤 정상화될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협상파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조차 "내 직을 걸고 투쟁을 이끌겠다"고 선언한 만큼 연말까지 국회가 파행을 거듭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2일 오전 중 예산안의 예결위 상정을 강행할 계획을 시사하며 대야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이 예결위에 상정도 안 되는 상태에서 법정 시한 경과를 맞이할 수는 없지 않느냐. 더 이상 (상정을) 끄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면서 "이미 합의된 일정이니 단독(상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 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16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키로 (여야가) 약속한 만큼 내일부터 예산안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내일 예결위에 예산안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새해 예산안의 국회 통과 법정 시한인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미 지난달 25일 각 상임위원회의 예산 심의기일을 '11월29일 오전 9시30분'으로 지정하고 여야에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돼,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아도 새누리당 소속 이군현 예결위원장이 예산안을 직권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직권상정의 권한이 있는 예결위원장이 예산안 상정을 위한 모든 법적 요건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자체적으로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다.
박수현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을 예결위 회의장 밖으로 쫓아낸 것은 새누리당"이라며 "예산안 단독 상정과 심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아직 제정 또는 개정되지 않아 법적 근거 없이 편성된 빈 껍데기 예산이 부지기수"라면서 "법의 제·개정을 통하지 않고 심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도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의회주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길 경우 늦어도 16일에는 예산안을 의결키로 한 당초의 여야 간 합의도 사실상 백지화되는 듯한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예결위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더라도 늦어도 16일에는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합의에는 민주당 측이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민주당의 속내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강경 대여 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대체로 이달 말을 예산안 통과 시점으로 잡고 있는 기류다.
강 의장은 만약 예산안이 예결위에 상정된 뒤에도 민주당이 심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막기 위해 예결위에 대해서도 일정 시한까지 심사를 마치라는 '심사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01 18: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