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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운하 1]실제 공사구간은 40km뿐이라고?(오마이뉴스)

말글 2007. 7. 20. 13:12
실제 공사구간은 40km뿐이라고?
발목수심 · 암반지대 등 곳곳 지뢰
[경부운하 예정지 르포 ①수심] 자연 물길 그대로 이용한다지만
텍스트만보기    김병기(minifat)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내건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제2의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수십조원을 들여 운하를 만들어놓고도 골칫덩이로 전락할지에 대한 논란입니다. 이에 지난 2월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를 현지조사한 <오마이뉴스>는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20일부터 3일간 경부운하 예정노선지를 조사했습니다. 이번 현지조사 기사는 4-5차례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현장취재] 김병기 이주빈 기자
[사진-동영상] 김호중 기자
[자료조사] 이경태 기자


"(운하 예정 지도를 가리키며) 운하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실제 공사구간은 40㎞에 불과하다. 터널과 인공수로 구간이다. 나머지 구간은 자연 물길 그대로 이용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핵심 참모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가 한 말이다. 지난 17일 '대운하 설명회'장에서다. 이날 끝까지 설명회장을 지킨 이 후보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540㎞에 달하는 경부운하를 4년 만에 건설하겠다는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방어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이명박 캠프의 이같은 주장은 진실일까?

대부분의 구간은 자연 물길 그대로 이용한다고?

▲ 이곳에 어떻게 배를 띄운다는 것일까?'
ⓒ 오마이TV 김호중
valign=top 먹는 물 속에서 화약놀이 하자? / 김호중 기자

우선 이명박 캠프의 구상은 폭을 자연하천의 경우 100~300m, 인공수로의 경우 66~71m로 뱃길을 확보하고, 수심은 6.6~9m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즉, 경부운하의 인공수로 구간 14㎞(터널 구간을 합하면 40㎞)를 인공적으로 판 뒤, 이 곳에는 2500톤급 배를 한강과 낙동강 본류 구간에는 5000톤급 배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12개의 보를 신설(기존 4개소 포함 총 16개소)하고 2개의 댐을 만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동안 경부운하 예정 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남한강과 낙동강 일부 구간을 탐사했다. 남한강 중류 지점인 경기도 여주 지역과 충주의 달천, 문경의 조령천과 영강, 구미와 대구의 낙동강 유역이다.

이 지역을 육안으로 본 소감을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왜 빤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40㎞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구간에서 준설작업이 불가피해 보였다. 자연하천 구간에서도 거의 맨 땅을 파듯 대형 토목 공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씨는 골재 판매 수익금으로 14조원이 넘는 경부운하 공사비의 절반을 충당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강바닥엔 모래와 자갈만 널려 있는 게 아니었다. 거대한 암반이라는 지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일부 구간에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바윗덩어리 위에 6~9m 깊이의 반듯한 뱃길을 내고 2500~5000톤급 배를 통행하게 하겠다? 그것도 4년 만에?

이명박씨, 아니 이씨를 추종하는 수많은 학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자신들이 지도에 그려놓은 '국운융성의 길' 경부운하 예정지 전 구간을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마이뉴스>는 이 지역 르포를 쟁점별로 기사화할 예정이다. 이번 글은 그 첫 번째로 수심을 중심으로 다뤄보았다.

[경기도 여주 구간] "과거에는 바지 걷고 건너던 곳"

▲ 여주의 한 아파트에서 바라본 남한강.
ⓒ 2007 오마이TV 김호중
언뜻 보기에 수심이 상당히 깊어 보였다. 강폭만 해도 300m는 족히 될듯하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유역 면적을 포함하면 강폭은 어림잡아 1㎞ 정도. 운하가 건설될 경우 강폭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여주지역에서 바라본 남한강 중류의 모습이다.

"상당히 깊어 보이는데요?"

기자가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에게 물어본 말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날씨가 무덥기 때문에 충주댐에서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물을 많이 방류한 것 같다"면서도 "이 때문에 수위가 다소 상승했지만, 그래도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기자는 이 위원장과 함께 남한강의 수심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강물에 몸을 담갔다. 30m, 50m, 100m, 150m…. 강물 중앙으로 들어갈수록 모래와 뻘이 섞여있는 것 같은 다소 끈끈한 감촉이 발바닥에 전해졌다. 이명박씨의 주장대로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공사비 충당에 요긴하게 쓰일 골재다.

하지만 "자연 물길을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는 이명박씨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강물의 3분의 2 지점까지 걸어 들어갔는데도, 가장 깊은 곳에서도 가슴밖에 물이 차지 않았다. 기껏해야 1m가 조금 넘는 것이다.

이 곳에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6~9m의 수심을 유지해야 한다. 강바닥을 파든지 아니면 물을 채우든지, 둘 중 하나다.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여주 갑문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 지역의 수심으로 봐선 갑문 하류는 거의 맨 땅을 파듯 준설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물을 채워야 한다면? 많은 돈을 들여 강 양안에 제방을 쌓아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 여주를 지나는 남한강의 반을 지났지만 수심은 허리춤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 2007 오마이TV 김호중
상류로 갈수록 곳곳에 '지뢰', 암반지역

여주대교 근방의 19층 고층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남한강 줄기를 내려다봤다. 다른 곳도 수심 상황은 이와 비슷해 보였다. 곳곳에서 수면 위로 허옇게 배를 드러낸 모래벌판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강물을 가리키며 "군데군데 여울지는 곳이 많은데 저런 곳에선 강물이 허벅지밖에 차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바지 걷고 건너던 곳"이라고 말했다. 신여주대교 교각 밑에서 보니, 다리 위에 깊이를 표시하는 눈금은 '1m30㎝'를 가리키고 있었다.

상류로 이동할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다. 남한강 대교를 지나 충북 충주시 소태면에 도달하니 남한강 수면 위로 곳곳에 검은 암반이 솟아 있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여주에서 충주 조정지댐까지 구간 중 50%는 암반지대일 것"이라며 "저기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지 않는가, 수심도 아주 낮다"고 말했다.

이명박씨 구상에 따르면 여주 갑문에서 상류로 25.1㎞ 지점인 경기도 강천 지역에 갑문이 한 개 설치된다. 충주조정지 갑문에서 29.2㎞ 떨어진 곳이다. 따라서 강천 갑문보다 상류에 있는 소태면 구간의 경우 수위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 6~9m를 확보하려면 거대한 암반 지역인 강바닥을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중 폭파 등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해 완공한다고 해도, 과연 경제성이 있는 것일까?

준설업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남한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암반지역의 경우 폭약을 일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터널 공사와 비슷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폭이 넓기 때문에 암반지역에 뱃길을 내려면 터널공사의 15배 내지 30배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천강-조령천 구간] 수심? 발목 잠기는 정도

▲ 충주시 살미면 수주팔봉의 달래강.
ⓒ 2007 오마이TV 김호중

달래강·감천(甘川)이라고도 불린다. 충북 괴산군과 충주시를 흐르는 하천인 달천. 충주시에서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이 강에서 백두대간의 한 지점인 1017m 높이의 조령산을 뚫어 총 26㎞ 길이의 터널로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겠다는 게 이명박씨의 구상이다. 터널은 해발고도 110m 높이에 위치. 충주리프트와 조령 갑문을 양쪽에 설치해 배가 지나갈 수 있는 수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 수주팔봉에서 물장구를 치는 한 초등학생. 수심이 학생의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 2007 오마이TV 김호중
취재진은 지난달 20일 오후 충주시 살미면에 있는 수주팔봉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는 서너 무리의 행락객들이 수려한 풍광을 병풍삼아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달천의 한가운데에서 줄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허리춤밖에 되지 않는 깊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강폭은 50여m 정도였지만 수심은 불과 40㎝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그 정도 수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래쪽에 있는 보 때문이었다. 30~40m 위쪽의 수심은 발목이 잠길 정도였다. 강바닥에 자갈이 깔려있고 군데군데 바위가 드러나 있는 것에서 암반지대임을 알 수 있었다.

취재진을 태운 택시운전사도 "목계 쪽으로는 바닥이 다 바위다, 쫙 깔려있다, 이 의 산은 돌이 많고 험해서 '악산'이라고 불린다"면서 "다리공사를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대부분의 강바닥에서 3~4m만 파들어가면 암반이 나오기 때문에 다리 기초 공사를 하기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제(41·남)씨는 "1년에 두세 번 가족들과 함께 이 곳에 온다"면서 "이 곳의 수심은 항상 이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조씨는 '배가 이 에서 다닐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파면 팔 수 있겠지만, 암반지대인 이 곳을 파서 배를 띄우는 게 경제성이 있겠느냐"며 경부운하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강이 아니라 자갈밭... 뱃길 낼 수야 있겠지만, 경제성은?

다음날 찾아간 곳은 경북 문경새재. 충주 달천 쪽에서 백두대간의 허리라고 불리는 조령산을 터널로 뚫고 나오면 만나는 조령천과 영강이다.

조령터널을 뚫을 경우 정확히 어느 지점으로 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교각이 설치된 지점의 아래쪽인 정리마을(조령천 하류) 쪽으로 터널이 뚫릴 공산이 크다. 위쪽으로 터널을 뚫는다면 고속도로 교각을 다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부터 시작된 장맛비. 취재진은 물이 많이 불어났을 것으로 예상을 했지만 조령천 바닥은 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암반. 이 곳 역시 달천과 다를 바 없었다. 또 조령천의 하천부지에는 왕복 2차선인 3번 국도를 떠받치는 지주가 서 있었는데, 만약 운하가 건설된다면 이 도로부터 손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조령천과 영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사람들이 수석을 줍고 있다.
ⓒ 2007 오마이TV 김호중
취재진을 태운 차량은 빗속을 달려 조령천과 영강의 합수지점에서 영강을 따라 하류 쪽으로 3~4㎞ 정도 내려왔다. 강폭은 50m. 강바닥은 물론 암반이고, 강물은 실개천처럼 흘렀다.

차를 타고 20여분을 달렸는데도, 강폭은 좀 넓어졌지만 수심은 마찬가지였다. 영강의 중류라고 할 수 있는 문경 창리 부근에서 잠시 차를 멈췄다.

그 곳에서 바라본 영강은 차라리 자갈밭이었다. 수박돌과 주먹만한 돌들이 강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물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듯 그 사이를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강폭은 거의 1㎞. 강의 한가운데에서 다슬기나 돌을 줍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몇 무리의 백로들도 연신 부리를 자갈밭에 묻었다.

취재진과 동행한 김세영 문경YMCA 총무는 "이 곳의 수심은 항상 비슷하다"면서 "홍수 때도 1~2m 정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건천이라는 것이다.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수량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 총무는 또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는 결빙으로 인한 결항 일수는 1년에 며칠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말에 "흐르는 물은 잘 얼지 않지만, 군데군데 설치된 보 주변의 물이 어는 장면을 가끔 목격했다"고 답했다. 이를 감안할 때, 경부운하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둬뒀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김 총무는 "이 지역에는 '운하를 만들면 20년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다"면서도 "조령천과 영강은 거의 80%가 암반지역인데 강바닥을 파서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영강의 하류 부근.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강이라기보다는 자갈밭에 가까웠다.
ⓒ 2007 오마이TV 김호중
[구미-대구 지역] 강바닥에 매설된 상하수관, 가스관, 송유관…

강바닥에는 암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난달 21일 찾아간 구미지역의 해평취수장. 이 곳에서 취수한 물은 구미지역 뿐 아니라 인근 김천 지역의 식수원으로 제공된다. 취수한 물은 강바닥에 묻은 4개의 상수도관을 통해 강 건너편에 있는 수자원공사 취수장으로 옮겨진다.

해평취수장 바로 밑의 강바닥을 들여다보니 강을 가로지르는 상수관 위에 돌무더기를 얹어놓은 모습이 보였다. 구미시 상하수도사업소는 상수관이 강바닥에 4~5m 깊이로 묻혀있다고 밝혔지만, 모래가 쓸려 내려간 탓인지 1m 정도 파 내려가면 될 성싶다. 상수도사업소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 곳의 수심을 6~9m 유지하려면 상수도관 이관공사부터 해야 할 판이다.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경부운하 공사비 14조원에는 이런 비용이 포함돼 있을까. 4년이라는 공사기간에는 이관에 필요한 기간이 포함돼 있을까. 또 남한강과 낙동강 줄기에 묻힌 상수도관은 이곳 하나뿐일까. 이명박씨는 이를 계산했는지 모르겠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상수도관 2개가 구미대교 상류 쪽에서 낙동강 강바닥을 횡단하고 있다. 5~6m 깊이다. 하수도관 1개도 공단저수지(공단2동)에서 칠곡군의 하수처리장으로 매설돼 있다. 가스관은 낙동대교 하천부지 밑으로 횡단하고 있다. 4m 깊이다.

낙동대교 인근에는 송유관도 묻혀있다. 온산에서 울산과 대구를 거쳐 추풍령을 넘어 과천에 이르는 442㎞ 남북송유관이 있다. 또 울산과 대구에 이르는 101㎞짜리 SK송유관도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영남지사의 한 관계자는 "매설 깊이는 도면상 2~3m인데 지금은 하상이 유실돼 정확한 깊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콘크리트로 타설돼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배문용 낙동강공동체 사무총장은 "구미공단을 움직이는 각종 배수관, 즉 가스관과 송유관, 폐수처리관, 농업·공업용수관 등이 강바닥을 통과하고 있는데 경부운하를 하게 되면 관을 옮겨야 할 뿐만 아니라 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05년 3월 구미. 낙동강 바닥에 가스관을 매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배문용 낙동강공동체 사무총장
4년 동안 쏟아질 막대한 양의 준설토 야적장은? 토지보상비는?

다음날 대구 화원유원지 전망대에 올라가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폭만 해도 3~4km가 넘는 저 광활한 모래바닥 중간에 뱃길을 낸다는 게 가능할까. 강 중간에 수심 6~9m, 폭 200~300m의 뱃길을 낸다 해도, 바닥이 모래이기 때문에 금세 허물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럴 경우 콘크리트 둑으로 강 중간 지점에 뱃길을 내야 하거나, 강바닥에 어떤 장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 준설업자는 "준설과 추가건설비용을 합치면 1㎞ 구간에만도 1000억원대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 건설에서 고려해야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령 이명박씨는 지난달 17일 경부운하 설명회에서 캠프의 한 교수를 향해 "골재가 팔리지 않으면 내가 수출하겠다"고 말했지만, 4년의 공사기간 동안 남한강과 낙동강의 거의 전 구간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골재를 어디에 야적할 것인가. 야적장을 만들려면 토지보상금이 들어가야 할 텐데, 그 비용은 공사비 14조원에 포함돼 있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철저히 현장 조사하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경부운하 공약을 내건 지 10여 개월이 다 돼 가는데도 제대로 된 설계 도면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 전에 이명박씨가 단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제2의 국운융성의 길이라는 경부운하 예정 노선지를 철저하게 현지 조사했으면 좋겠다. 이씨 본인이 주장하듯 한강과 낙동강의 본류가 지금 상태로도 마음만 먹으면 배를 띄울 수 있는 곳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면 좋겠다.

각 구간별로 강바닥의 현재 수심은 얼마이고, 어느 정도 더 파내려가야 배가 다닐 수 있는지, 강바닥이 모래인지, 바위덩어리인지를 알아야 정확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단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이명박씨의 주장처럼 '자연 물길을 그대로 이용하는 구간'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