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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한권의 책이 나왔다.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생태지평연구소 박진섭 부소장·장지영 연구원 공저, ㈜오마이뉴스 출간).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기획한 책이다. 이 책이 발간되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생태지평 사무실에서 1시간30여분 동안 두 명의 저자를 만났다. "국민들에게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 왜인가? 한강과 낙동강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우린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 저자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힌 저술의 변이다. 이명박씨의 말대로 국운을 결정지을 지도 모를 경부운하의 허상을 고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오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학계에서조차 운하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한국적 상황에서 소위 'A부터 Z까지' 발로 뛰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10여개월동안 <오마이뉴스>와 함께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 그리고 경부운하 예정지를 철저하게 조사했고, 정부와 학계에 흩어져 있는 각종 통계 자료를 일일이 취합해 새로운 통계자료를 만드는 등 사실상 운하 지침서를 만들었다. 두 저자는 환경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지만, 경부운하를 들여다보면서 경제성 분석도 병행했다. 그리고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명박씨는 경부운하 반대론자들을 향해 '10년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명박씨와 찬성론자는 운하를 모른다. 국민의 제1공약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주로 독일·네덜란드 기술자가 말해준 것에 불과하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실제 내용이 너무 빈곤하다. 경부운하 찬성론 학자들이 운하를 아나? 운하를 만들어봤나? 운하를 해봤나? 자신의 기술을 팔기 위한 외국 전문가의 이야기에 의존해 공약을 만들었다. 결국 외국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제1공약 사업은 외국을 살찌우는 행위에 불과하다."(박진섭 부소장) 장지영 연구원은 전철 안에서 겪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지하철에서 책 교열지를 보고 있는 데 두 사람이 다가와서 '그런 자료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부동산 업자였다. 그들은 부동산의 측면에서 경부운하는 핵폭탄급 이슈라고 말했다. 경부운하가 지나가는 노선의 땅을 가진 이에겐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부동산 투기도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 많은 외지인이나 전문 투기꾼이 혜택을 본다. 지역주민들이 경제적 이익을 기대한다면 실질적으론 오해다."
경부운하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수십조원을 투자해 건설할 경부운하가 '4만불 시대'를 열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는가, 그리고 국민 2/3의 식수원인 한강과 낙동강에 배를 띄우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계속 그 물을 먹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우선 박 부소장은 "이명박씨가 경부운하를 통해 4만불을 달성하고 동서통합을 이뤄 전국민이 잘 살 수 있다는 운하 만능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고 있다"면서 "운하가 없었기 때문에 발전이 더디고 동서대립 등 문제가 생긴 것처럼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2007년 3월 한 달 동안 교통 DB를 확인해보니 현재 고속도로를 이용한 물류체계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시속 8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중앙고속·중부고속 도로 등 신설하고 경부고속도로와 철도를 확장했다. 고가품은 항공으로 이동하고 철강 등은 해운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결국 화주 입장에서는 운송수단 선택의 폭이 넓고, 운하보다 훨씬 빠른 연안 수송도 매우 느린 운송수단으로 인식해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나라 물동량의 성격을 비춰볼 때 '느린 운송수단'인 운하가 담당할 물동량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물류의 경우 운하 운송에 적당한 벌크나 철강이 주 품목이 아니라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이기 때문에 작은 물류 이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질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장 연구원은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운하에 배가 다니면서 스크루로 공기를 주입하기 때문에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알맹이는 없고 말만 있다"면서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19개의 갑문과 16개의 수중보가 건설될 텐데, 19일이라는 현재 낙동강물의 체류시간이 108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인 물이 썩듯이 정체시간이 길면 수실오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박 부소장이 한마디 했다. "이명박씨는 천지 못, 그의 핵심 참모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칼호를 예로 들면서 고인물이지만 깨끗하다고 반박하는데 이는 심하게 표현하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명박씨는 경부운하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하는 것일까? 박 부소장은 "경부운하 통과구간 문제다. 영남표를 얻기 위한 행위"라고 말했고, 장 연구원도 "최근 취수원을 이전하는 안을 거론하면서 상수원 보호 구역의 주민들을 향해 규제가 풀릴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부운하의 노림수는 표밭 확보라는 것이다. 박 부소장은 "운하를 만들고 강변여과수를 만들면 행위규제 범위는 늘어나게 된다"면서 "찬성론자들의 미사여구에 절대 현혹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명박씨의 경부운하를 무조건 정략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서 기자는 '혹시 이명박씨가 경부운하 구상을 밝힌 것은 국운융성의 충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박 부소장은 한마디 했다. "그것이 이명박씨 사고의 한계다. 진실성을 논하기는 힘들다. 다만 철학은 없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강을 파겠다는 지도자가 있나? 지적인 재산, 창의적 생각이 중요하다, 이것이 부의 미래라고 온 세계가 말하는데 우리는 강을 포크레인으로 파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도자가 있다. 이는 철학의 빈곤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전적으로 정치인 이명박에 대한 공박을 목적으로 쓰여진 것은 아니다. 박 부소장은 "환경에 대한 잘못된 이슈에 대한 정책 검증차원에서 만든 것이지 특정 후보를 목표로 한 책은 아니다"면서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정치지도자들이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막개발 이슈를 들고 나와 표를 모으려는 잘못된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박 소장은 "이 책을 이명박씨나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꼭 보아주었으면 한다"면서 "설령 경부운하를 통해 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4800만명 중 단 2명의 저자가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의 진정성에 기초한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정치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연구원은 "지난 97년 수자원공사와 국토개발연구원에서 폐기된 경부운하 안이 10년이 지난 이번 대선에서 전격적으로 부활하는 것을 보면서 토목공사 같은 사업은 끝까지 살아 남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다"면서 "이번 검증에서도 경부운하가 탈락하더라도 이 사안은 계속 살아남아서 토목공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부운하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이명박씨가 경부운하를 제1공약으로 내세운 지 10여 개월. 이들 역시 이 기간동안 쉬지 않고 경부운하를 탐색해왔다. 그 결과가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운하는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생소한 개념이었고, 운하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기관조차도 갖고 있지 않은 통계 등을 만들어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면서 "이 기간동안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이들은 이 책의 '글을 마치며'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그 강은 변함없이 흘러야 한다." 한편 저자 박진섭 부소장은 지난 96년부터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해 정책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해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을 창립해 환경운동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장지영 연구원은 96년부터 환경운동연합에서 팔당상수원, 시화호, 새만금 등 생태보전운동을 했다. 그 역시 지난해부터 생태지평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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