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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들의 뻔뻔스런 변심이 당혹스러웠다. '친 한나라당' 신문인 <중앙>에 이어 <조선>, 그리고 한나라당내 토론에서도 경부운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졌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홍보본부장이었던 차명진 의원조차도 같은 말을 했다. 그들은 왜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후보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치열했던 경부운하 검증공방에서도 사실상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 후보가 선출되자마자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이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을 위한, 진심에서 우러난 '충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경부운하로는 안된다는 말이다. 보수언론-한나라당, 이제 와서 경부운하로는 안된다? 이와는 결이 다르지만, 시민사회 진영도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일대 결전의 준비를 하고 있다. 범여권 후보들도 벼르고 있다. 올해 국감은 '경부운하 국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십자포화 속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결국 이명박씨는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대권 고지를 향해 몇 계단 올라섰지만, 그의 대표공약, '이명박 발 경부운하'는 사면초가의 형국에 처한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가 경부운하 공약을 폐기처분할 수도 있다. 소위 정권창출을 바라는 우군들도 앞 다투어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이 후보의 얼굴로 통해온 대표적 경제 공약이 날아간 상황에서 '제2의 국운융성'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만약 경부운하 공약을 이쯤에서 접는다면 이 후보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다시 출발할 수밖에 없다. 한 정치인의 말대로 경부운하 공약은 이 후보로서는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셈이다. 제일 먼저 앞장선 것은 <중앙>이었다. 21일, '이명박 후보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경부 운하는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잘못을 알면서도 머뭇거리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부운하 공약을 폐기하지 않으면 정권창출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조선>도 다음날인 22일 사설을 통해 가세했다. <조선>은 "간판 공약인 '한반도대운하'부터 손 댈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그런 각오 아래 재탄생한 공약이 아니고선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과 다를 바 없는 톤이다.
정권창출을 위한 애정 어린 질책은 22일 열린 한나라당 '당이 중심 되는 모임(중심모임)'이 주최한 대선 정책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자유지식인 선언' 공동대표이기도 한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이제 거두는 게 좋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운하가 정말 좋은 정책이라면 '정치의 계절'을 피해야 한다"면서 "선거가 끝난 뒤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을 이었다. <조선> <중앙>과는 뉘앙스가 다소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차명진 의원은 지난 21일 그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경부운하의 한계를 인정했다.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의 경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747은 너무나 상투적이고 추상적이다. 이명박의 브랜드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그는 이어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경제공약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경제는 이명박의 제일가는 무기다. 이게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면서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듯 그간 경부운하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이들이 이제 와서 경부운하 재검토를 주장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주목할만한 지표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영남 선거인단의 '표심'. 최대 수혜지 대구?... '약발' 먹히지 않은 경부운하 이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표밭인 대구 민심을 돌리기 위해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가장 큰 수혜지는 대구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지만, 개표 결과는 2305표 : 5072표. 박 후보 득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민심은 싸늘했다. 경부운하 공약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소위 '약발'이 안 먹힌 것이다. 이는 예고된 결과였다. 한나라당 경선이 막 중반을 치닫던 지난 6월 22일 영남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는 29.7%, 박 후보의 지지도는 40.2%였다. 경부운하에 대한 정책검증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5월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38%로, 박 후보(32.8%)를 앞섰던 것에 비할 때보다 10%정도 하락한 것이다. 영남일보는 당시 여론조사 기사를 보도하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과 관련,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대처 못해서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퇴색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역민들의 개발 욕구를 부추기는 데조차 실패한 것이다. 사실 이명박 발 경부운하의 순항에 있어서 최대 난제는 당내의 이런 재검토 여론보다 시민사회진영과 범여권 등의 비판 여론이다. 지금 우군들이 나서는 것도 경부운하를 고집하다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시민사회진영은 경부운하와 일대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24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 반대 연석회의'가 구성됐고, 다음주에 발족할 '대선연대'에서도 경부운하 대응은 주요 과제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석회의 간사단체인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대선연대의 경우 9월 중순까지 집중 투쟁기간으로 정해서 대국민 여론전을 벌일 것"이라면서 "연석회의는 경부운하 예정지 등을 심층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지역 여론을 모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선시민연대의 핵심 이슈 중의 하나는 과거 개발주의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반대"라며 "개발주의를 부추기는 경부운하에 대해 전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여권 주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2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경부운하 공약에 "낡고 무식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출판기념식에 참석했던 강운태 전 내무부장관은 "60-70년대 독재개발과 타협했던 이가 '삽질', 개발을 통해 국가를 이끌어가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도 "수십조 원을 들여 경부운하를 만들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독일 힐폴슈타인 갑문에 서서 '제2의 국운융성'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경부운하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지 10여 개월. 이 후보는 이를 간판 공약으로 내걸고 이제 본선에 올랐으나 경부운하가 이제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경부운하 폐기? 주자가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의 23일자 기사 "한나라당 토론에서도 '대운하 철회하라'"에 붙은 네티즌들의 댓글을 소개한다.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이런(coke111) "분명히 이명박 후보는 747과 대운하 공약을 통해서 경선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런데 경선에서 이기고 나니 그 정책들 싹 다 포기하고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다 받아들이라고 하는지... 이건 언뜻 봐도 한나라당 내 권력 구도 때문에 공약을 바꾸라는 말인데... 이미 내세웠던 공약을 통해 당선 되었는데, 공약을 바꾸기보단 현재 공약을 수정 보완 하자고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경선 후에 지금까지 공약을 버리고 다른 공약을 취하라니... 박근혜씨가 같은 당이긴 했어요? 경선때 서로 다른 공약을 내걸고 경쟁했는데 말입니다. 이런 일은 한나라당이든 다른 어떤 당에서든 말도 안되는 일이죠. 단순한 권력자들의 자기 밥 챙기기로 보인다는 겁니다." 주자가 뒤바뀌었다세잎크로바(wlee0315) "아니, 토론에서 나온대로 대운하, 747 포기하고 '줄푸세' 채택하면, 왜 이명박이가 후보가 되어야 하나요? 그러게 애당초 근본이 없는 자, 비리 불법으로 냄새가 진동하는 자를 그냥 청계천이네 뭐네하며 허상에 눈이 뒤집어져 투표한 자들이 00이제. 줄푸세의 세가 뭔데? 무너진 법질서를 세우자는건데... 이런 자가 법질서를 세워?" 운하 사기단!싸리울타리(baechu) "6개월 경선하면서 써먹은 대표공약을 이제 와서 거두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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