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이명박 '대운하' 검증(오마이뉴스)

말글 2007. 8. 14. 23:02
국토를 배회하는 '개발주의 망령' 찾아 나섰습니다
[함께 만드는 뉴스] 경부운하 '정책검증' 답사 길에 동행해 주십시오
텍스트만보기    김병기(minifat) 기자   
[충주 팔봉교 : 13일 오후 6시]

2조3000억 들인 석회암 터널... 물 닫으면 녹는다


ⓒ 오마이뉴스 김병기
충주의 비경 중의 하나인 수주팔봉. 달천의 상류인 이곳의 물은 지난 6월말에 왔을 때보다 크게 불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에는 '발목 수심'이었는 데, 팔봉교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보니 강바닥의 자갈이 훤히 내비칩니다.

'무릎 수심'? 지난주 내내 비가 온 것을 고려하면 강바닥 전체가 거대한 암반으로 볼 수 있는 이곳의 수심은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강폭이 좀 넓어졌고, 물살이 세다는 것을 제외하곤 말이죠. 그만큼 수량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이 근방 어딘가부터 터널이 시작될 겁니다."

김 대표가 다리 교량 위에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 일행들에게 지형을 설명합니다. 바로 눈앞에는 수주팔봉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아름다운 경관을 다 파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강바닥은 모두 암반입니다. 이 바닥을 언제 팔 수 있을지."

장지영 연구원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 말을 잇습니다.

"이명박씨의 주장대로라면 이 근방 어딘가에 배가 45m 높이로 수직 상승할 수 있는 초대형 리프트가 건설됩니다. 그리고 26km 길이의 조령터널로 이어집니다. 터널의 폭은 26m, 높이는 22m입니다. 일반 도로건설 때 뚫는 터널보다 2-3배의 규모입니다. 이곳을 2500톤급의 배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장 연구원은 이어 "이명박씨는 이 터널 공사비만도 2조3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는 데 배가 왕복할 수 없는 단선 구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라면서 "한쪽에서 배가 오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상하행선이 교차해서 운행하려면 5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백두대간 통과 구간은 석회암 지대입니다. 석회암은 물이 닫으면 녹는 성질이 있습니다. 하지만 운하에는 항상 물이 채워져 있어야 합니다. 난공사 구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씨는 30개조로 나눠 터널 공사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안전에 이상이 없을까요? 이명박씨의 일방적 주장을 믿어야 합니까?

ⓒ 오마이뉴스 김병기
[탄금대교 앞 : 13일 오후 5시]

탄금대교 앞에서 '물전쟁'을 떠올리다


▲ 탄금대교 근방에서 다리공사 한창.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저 다리를 다시 건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오마이뉴스 김병기
가야의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충북 충주의 탄금대. 우리 일행은 조정지댐 근방인 탄금대교 앞에 잠시 정차했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 버스 안에서 이광우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연신 자신의 가족사부터 시작해 이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느라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이 지역은 임진왜란 당시 신립장군이 자결했다는 곳이라고 합니다. 탄금대교 앞쪽까지 쳐들어온 일본군에 맞서 싸웠지만, 패배했고 신립장군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열변을 토하더군요.

이 위원장의 말을 듣다가 문득, 강은 우리의 역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만약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이런 역사, 그리고 강과 함께 흐르는 다양한 우리의 공동체 문화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탄금대교 앞은 충주댐에서 내려오는 강물과 달천의 합수머리입니다. 이명박씨의 경부운하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남한강을 거슬러온 배는 이곳에서 달천쪽으로 강물을 갈아타고 조령터널을 지나 문경쪽으로 운행합니다. 달천은 한강물과 낙동강물을 잇는 지점이 되는 겁니다. 이명박씨는 그래서 "한강과 낙동강물이 만나고, 한강의 물고기와 낙동강의 물고기가 만난다"면서 "끊어진 물길을 이으면 사람의 마음도 이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민을 현혹시키는 낭만적인 말입니다.

▲ 달천 표지판
ⓒ 오마이뉴스 김병기
하지만 김상화 대표는 이곳에서 '물전쟁'을 떠올렸습니다.

"달천을 따라가다보면 수량이 극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령터널을 뚫어 이쪽의 물을 문경쪽으로 넘기겠다는 게 이명박씨의 구상입니다. 하지만 충주댐에는 낙동강으로 줄 물이 없습니다. 낙동강을 둘러싸고도 각 자치단체들끼리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인데, 경부운하까지 건설된다면 이제 백두대간을 정점으로 물을 둘러싼 큰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장지영 연구원은 자세한 분석을 곁들였습니다.

"이명박씨측은 당초 충주댐에서 주운 용수를 공급한다면서 평상시 충주호의 수위가 141m이기 때문에 125m로 조정하면 이곳으로부터 주운용수 14억톤을 낙동강으로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충주호의 평상시 수위가 125m이고 홍수 때에만 141m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주운용수로 줄 물은 없습니다. 이게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자 최근들어 하동댐과 도곡댐 등 주운용수 공급댐 2개를 만들어 2.3억톤의 물을 낙동강에 공급하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 곳은 남한강 본류구간을 운행하던 5000톤급의 배에 실린 짐은 2500톤급의 배에 옮겨 실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느린 운송수단인 운하, 중간에 또 하역과 선적작업을 한다면 어느 세월에 서울과 부산을 오갈 수 있을지….

신립장군은 패배했지만, 정책검증단은 이곳 탄금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목계나루터 도착 : 13일 오후 3시 41분]

목계나루터에서 목격한 구시대의 유물 '경부운하'


▲ 목계대교
ⓒ 오마이뉴스 김병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산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목계나루터에서 제일 먼저 우리 일행을 맞은 것은 신경림 시인의 '목계장터' 시비였습니다. 이곳에 나루터가 있을 당시 떠돌이 장사꾼들의 삶과 애환을 토속적 언어로 풀어낸 민요조의 시입니다.

▲ 목계나루터 비.
ⓒ 오마이뉴스 김병기
신경림 시인의 시비 바로 옆에는 이곳이 나루터였음을 설명해주는 안내문이 적혀 있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500년전 조선조 초에는 중부 내륙지방의 인구가 소규모로 분산 거주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자급자족시대. 식생활에 필요한 소금, 해산물 등 생활필수품을 싣고 와서 소규모 포구에서 물물교환 상거래를 했다. 조선조 후기에는 인구가 증가해 상거래 양이 많아졌고, 지리적으로 조건을 갖춘 목계나루터가 내항으로 발달했다. 그러나 목계 이상의 상류는 봄, 가을 갈수기에 수심이 앝아 수백섬을 실은 큰 배(장삿배)가 운행할 수 없었다."

그 이후인 1930년경 이 지역에 도로가 개통되면서 목계나루터는 시들해졌고, 73년 목계대교가 건설된 뒤에는 사실상 나루터로서의 명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일동'이라고 적힌 이 팻말은 '운하'가 구시대 유물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습니다.

도로와 다리 건설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간 뱃길의 흔적. 내항이 형성됐을 당시에는 신경림 시인의 시구에 등장하듯 방물장수가 봇짐을 지고 부산하게 목계장터를 떠돌아 다녔겠지만 지금은 목계나루터 팻말만이 과거의 기억을 아스라히 떠올리게 합니다. 이곳에서 '구시대의 유물' 경부운하를 목격한 셈입니다. 문득, 경부운하를 통해 제2의 국운융성을 가져온다는 이명박씨의 주장이야말로 이곳의 시계를 100여년전으로 되돌리려는 퇴행적 주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목계나루터 앞에 앉아있던 목계의용수난구조대원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니 "지금은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 깊은 곳은 수심이 6m정도될 것 같다"면서도 "평소에는 저 아래 지역의 경우 바지를 걷고 건너다닌다"고 말하더군요.

5000톤급의 배를 이곳에 띄울 수는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할까요.


[팔당댐 도착 : 13일 오후 2시]

팔당-잠실 구간은 화강암반층, 수중폭파해 6-9m뱃길 내겠다니


▲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고 있는 팔당댐.
ⓒ 오마이뉴스 김병기

쏴-쏴-쏴-.

거칠게 귓전을 때리는 물소리. 팔당댐은 5개 수문을 열고 기염을 토하듯 초당 수백톤의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먹장 구름 사이로 잠시 내비친 따가운 햇살이 오히려 시원스레 느껴지더군요. 경부운하 정책검증단의 첫 기착지입니다.

옆의 사람 목소리조차 알아듣기 힘든 상황이어서인지 이강우 한강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외협력위원장은 핸드마이크를 들고 이곳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광우 위원장
ⓒ 오마이뉴스 김병기
"팔당댐의 수문 구조물의 높이는 20m입니다. 이명박씨는 이 곳에 배를 통과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도크식, 크레인식, 엘리베이터식 등을 이용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배가 이곳을 통과하는데만도 4시간정도 걸립니다."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이곳에서 사공을 했다는 이 위원장은 특유의 입담으로 우스개를 곁들여가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곳은 다 암반입니다. 여기를 6-9m 깊이로 판다는 데 수중 폭파를 하게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겁니다. 팔당댐부터 잠실수중보까지의 거리는 14.7km. 지질학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강바닥은 유명한 화강암반층입니다."

그는 이어 "팔당댐과 잠실수중보 사이의 평균 수심은 2.2m이고, 갈수기 때에는 1.4m에 불과하다"면서 "화강암 지대인 이곳을 6-9m정도 판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짓"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출정식 : 13일 오전 11시]

▲ 전국 14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경부운하 반대를 위한 연석회의'는 1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후보에게 경부운하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입니다.

또 다시 답사 길에 올랐습니다. 올해 들어서만도 4번째입니다. 지난 2월 생태지평연구소 박진섭 부소장, 장지영 연구원과 함께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를 탐사한 데 이어 지난 5~6월에는 2차례에 걸쳐 경기도 여주, 충주 달천, 문경, 구미, 대구 등 경부운하 예정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오늘(13일) 다시 길을 떠납니다. 지금까지의 답사가 그러했듯이 마음이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홀가분하게 떠나는 그런 여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저한테 많은 위안이 되는 것은 이번 답사 길에 동행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답사 길에 동행했던 사람은 불과 2~3명이었는데, 이번에는 20여명이 대절버스에 몸을 싣고 이명박씨의 '제1공약' 검증 길에 나섰습니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전국의 141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미 '경부운하 반대를 위한 연석회의'가 구성됐고, 13일 오전 서울 세종문회회관 앞에서 출정식을 한 정책검증단(단장 : 김상하 낙동강 공동체 공동대표)의 현장 답사 길에 취재차 동행하는 것입니다. 생태지평과 <오마이뉴스>가 지난 10여개월동안 쏟아낸 수많은 특집기사(경부운하, 이명박 발목잡다)가 단순히 공허한 외침이 아니었다는 방증입니다.

이명박씨는 틈만 나면 경부운하 반대론자들을 향해 "10년동안 경부운하를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강변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수십년간 우리나라 '강 지킴이'로 일하고 있는 141개 단체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경부운하를 반대하겠다고 나선 것일까요?

▲ 지역에서 올라온 시민단체 회원이 경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그들과 함께 1박2일간의 경부운하 예정지 답사를 하면서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발주의 망령이 국토를 배회하고 있다."

이들이 오늘 출정식에서 발표한 결의문의 첫 구절입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오는 대선을 앞두고 떠도는 그 망령의 실상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검증 버스' 안에서 말입니다.

혹시 검증단에게 물어볼 사항이나, 경부운하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십시오. 정책검증단과 협의해 답변을 달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첫 기착지인 팔당댐에 도착했군요. 5개의 수문에서 세찬 강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강물을 보면서, 문득 이명박씨가 만약 경부운하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