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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와 은행털이

말글 2007. 9. 24. 21:30

가을 운동회와 은행털이

 

엇그제 동네 초등학교에 운동회가 있다길래 호기심에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내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킨 경험이 없어서인지 학부모를 위한 자리에는 젊은 학부모와 앉기도 그렇고 해서 할 수 없이 할머니들이 앉으시는 경로석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학생들의 재롱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하는 생각과 젊은 학부모들을 보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내 어머니도 저렇게 젊고 예뻣었던것 같은데...하얀 모시저고리를 입은 내 어머니의 자태는 참으로 고왔지요.

 

학교 다니면서 어머니의 무식(?)을 핑게로 영한사전, 딕셔나리. 콘사이즈 등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타내서 보고 싶은 미성년자 입장불가 영화를 보고야마는 만행을 잘도 저질렀지요. 거기다 자갈논밭 팔아 대학 보내주니 독재정권에서 나라를 구한답시고 도망다녀 부모님의 수명을 많이도 줄였지요.

 

젊은 시절 왜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하지말라는 일들만 그렇게나 했는지...하여간 우리 명절 한가위가 코앞이다 보니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살아 계시는 동안 자주 했어야 할 '사랑합니다!'란 말을 지금에야 '사랑했습니다!'란 말로 바꿔 주절거려 봅니다.

 

 ▲9월 21일 열린 '배봉초등학교' 운동회 / '바른 선거와 깨끗한 나라'

 

돌아오는 길에 집앞에서 가로수인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터는 사람들을 봅니다. 2~3년 전만해도 지방자치단체인 구청 등에서 은행을 털어 얻은 수익금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더니 이제 공해니 뭐니해서 아예 포기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비온 뒤끝이나 바람이 불고난 뒤에는 할머니들이 은행을 줍고 있는 모습을 가끔 봅니다. 은행이 우리 몸에 불순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지요. 하여간 은행이 떨어져 발에 밟혀 으깨질 때 그 꼬리꼬리한 냄새는 맡아 본 사람은 알테지요.

 

그래도 바쁜 도시생활에서 가을이 수확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은행털이가 제 격입니다. 냄새는 그렇지만 노랗게 익어가는 은행들을 보면 나도 저처럼 올해는 주렁주렁 수확물이 많기를 기대도 하며 다시 한 번 반성의 다짐도 해 봅니다.

 

 ▲ 집 앞 은행나무에서 은행터는 아저씨들 / '바른 선거와 깨끗한 나라'

 

얼마 후에는 저 파랗던 은행잎들도 노랗게 물들어 가을을 재촉하며 도시의 거리풍경을 항결 운치있게 하여 주겠지요. 그리되면 청소부들은 더욱 힘들겠지만....하여간 낮과 밤의 기온차가 점점 커집니다. 우리 님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넉넉하고 행복한 한가위 열어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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