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너도나도 ‘성장깃발’…숫자놀음 빠져든다 |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2:50:30 | |||||
올해 대선이 ‘성장 지상주의’ 함정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생의 어려움으로 ‘경제’가 대선의 최우선 화두가 된 탓이지만, 대선주자들이 실질적인 민생해법을 내놓기보다는 구호성 ‘성장률’ 공약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해도 생기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성장’과 ‘분배’를 이야기하지만, 분배·복지 등 ‘빈자(貧者)를 위한 영역’은 성장론의 장식품쯤으로 전락했다. 고(高) 성장률 경쟁의 출발점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다. 당내 경선이 일찌감치 불붙으면서 저마다 ‘7%’의 고성장 공약을 내놓았다. 이후보도 ‘대한민국 7·4·7’ 공약으로 7% 경제성장을 제시했다. ‘매년 7%씩 성장, 10년내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을 달성하고 세계 7강의 경제대국’을 이룬다는 요지다. 당면한 민생문제인 ‘일자리’에 대해선 7% 성장할 경우 연간 6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에둘러 갔다. 구체적 방법 역시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기업활동·금융 규제 최소화 ▲노사관계의 법원칙 확립 ▲경영권 보호장치 강화 등 친기업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후보측은 “실물경제를 잘 아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정부혁신, 기업의 투자촉진과 성장산업의 창출을 통해 3%의 추가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연합 대선공약 평가팀은 “현재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경영 불투명성이나 노사분규 문제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등 구체적 정책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지속가능한 6% 성장”을 주장하고 있다. 정후보가 “이명박식 정글자본주의를 거부한다”고 차별화를 선언한 점에서 이후보의 7% 성장론이 허구임을 겨냥한 의도도 엿보인다. 사람과 바이오·나노 등 각종 신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 혁신형 중소기업 투자, 남북경제협력 등을 성장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정후보도 “양극화가 심화돼 가는 지금, 최고의 인권이자 복지는 일자리”라는 구호에서 보듯 ‘성장과 성과’ 위주의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로 지식 근로자화 할 수 있다면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고, 잠재성장률 자체도 올라갈 수 있다”는 해법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후보는 ‘8% 성장론’으로 성장률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일자리 500만개 창출’ 주장도 내놨다. 그는 아직 고성장이 필요한 이유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소득수준 ▲삶의 질 향상 ▲통일비용 비축 ▲양극화 해소 및 고령화 시대 대비 ▲분배 개선의 5가지를 꼽았다. 경제성장을 통해 분배할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이후보 등의 ‘파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중심 진짜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8% 성장은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결과”라는 문후보의 주장도 “안이하다”는 평가다. 민주당 이인제후보도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대와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6% 성장을 제시했다. 이후보는 우리 경제의 전략적 목표로 ‘효율성의 증대 및 지식문명 창출로 성장잠재력을 배양해 물질적 풍요를 실현’을 최우선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만이 성장률 경쟁에서 예외적이다. 권후보는 지난 18일 “수십년동안 성장만 말했는데, 5%, 6%, 7% 성장률 높게 말하기 경쟁을 하기 보다, 성장은 되는데 왜 서민은 어려운지에 대해 논의하고 그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진보적 성장론’을 주장했다. 대선이 성장지상주의로 흐르면서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환부인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재벌개혁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실종되고 있다. 강원대 이병천 교수(경제학)는 “성장을 하되 동반성장을 하느냐 강자에게 몰아주는 성장이냐가 중요한데 지금은 워낙 성장 깃발로 몰려 가고 있다”면서 “지금은 강자에게 몰아주고 떡고물 주워먹는 ‘트리클 다운’(적하정책)이고 수습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대선 지지율을 선점한 이명박후보로 인해 성장이 대선의 제1명제이자 출발선이 되고 있다”면서 “어떤 성장을 할지 구체적 해법이 부족하고 성장 결과를 어떻게 나눌지까지 생산적 논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호·김재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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