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다음달 7~13일 이회창 출마" 과연 적중할까(오마이뉴스)

말글 2007. 10. 31. 10:10
"다음달 7~13일 이회창 출마" 과연 적중할까
[인터뷰] 3월부터 이회창 정계복귀 예측한 정봉주 의원
손병관 (patrick21)
   
▲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 오마이뉴스 김덕련
정봉주

요즘 정치권을 떠도는 '이회창 출마설'은 기자들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이슈다.

 

연초에는 '손학규 탈당'이 정치권을 강타하더니 연말 대선이 가까워지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컴백 가능성에 정치권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미 은퇴한 것으로 보였던 노(老) 정객이 대선을 불과 50일 앞두고 승산도 불투명한 대선 게임에 다시 나선다는 얘기가 나오니 기자도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이회창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얘기를 하고 다닌 국회의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봉주 의원이다.

 

정 의원이 3월 21일 <동아닷컴>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을 소개하면 이렇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후보가 됐다고 치자.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 초선의원들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 쪽으로 갈 것이고, 중진·재선의원들 중 일부는 이 전 시장 쪽으로 가겠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살아남기(공천받기) 위해서라도 이 전 시장을 흔들어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빠질 수밖에 없고 '이명박으론 본선 경쟁력이 없다, 제3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거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생 자체가 '이회창 맨'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전 총재를 옹립하려 할 거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비난받던 그의 예언은 이제 '현재진행형'

 

손 전 지사는 이미 신당 경선에서 패했기 때문에 '한나라당 친박 초선 의원들의 손학규행' 예언(?)은 빗나갔다. 그러나 나머지 내용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있다.

 

정 의원은 이 인터뷰 이후에도 "두고봐라, 이회창은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냐? 이간질 하려고 하냐"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7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 의원은 요즘 이명박 후보의 'BBK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신당의 새로운 '이명박 저격수'로 떠올랐다. 그는 30일 오후에도 국회 정론관으로 찾아와 기자들에게 BBK 사건의 하나은행 관련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의 관심은 '이회창 출마설'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BBK 사건을 집요하게 캐묻는 기자들이 하나둘 흩어진 후 기자가 '본론'을 꺼냈다.

 

- 3월부터 이회창 출마설을 얘기했는데, 요즘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좀 얼떨떨하다. 무슨 근거로 이회창씨가 출마할 것이라고 계속 얘기해왔나?
"(씩 웃으며) 그냥 감(感)이다."


- 가능성이 몇 퍼센트나 된다고 보나?
"100%다. 나는 출마 날짜도 생각하고 있다."

 

기자가 그게 언제냐고 묻자 정 의원은 "내달 7~13일 사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로서는 그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 때쯤(11월 7~13일)이 그동안 복잡하게 진행됐던 BBK사건이 단순명료해지면서 이 후보가 아주 곤란해지고 이회창으로서도 출마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끝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출마를 결행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거자금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까?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려나? 이명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초강세를 보이는데 굳이 대선판을 흔들 필요가 있을까?

 

기자가 이회창씨의 돈과 조직 문제를 거론하자 정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세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변자가 대선에 나가기만 하면 십시일반 성금을 걷고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지원할 '보수파'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그런 시각의 연장선에서 보면, 2002년 대선 패배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이회창씨가 2004년부터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며 서울 시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사람들을 만난 것도 범상하게 볼 수가 없다. 정 의원은 "이회창은 그 때 이미 대선캠프를 차린 것"이라고 말한다.

 

"건전 보수세력은 이명박 용납 못한다... 이회창-박근혜, 지지층 겹쳐"

 

- 이명박 후보가 '낙마'한 것도 아니고, 50% 지지율을 구가하는 상황에서도 이회창씨가 출마를 강행한다고 가정하자. 그런 무리수를 두는 사고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수세력들의 극우적인 생각에는 문제가 많지만 그들 중 의외로 건전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술집 가서 소리도 지르지 않고 교통질서도 위반하지 않는 '건전' 보수세력들에게 '이명박은 죽어도 우리의 대표가 될 수 없다'고 인정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이회창의 지지층을 이루게 된다."

 

- 이회창씨도 아들들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고, 그 자신이 불법 대선자금에 책임이 있는 등 '때묻은 인물'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
"건전 보수세력의 눈에는 이회창이 이명박보다 상대적으로 낫다고 보일 수 있다. 이회창의 경우 일반인의 통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명박의 허물은 보통사람이 봐도 징역 10~15년감이다. 건전 보수세력들은 이걸 도저히 용납 못하겠다는 거다."

 

정 의원은 '박근혜-이회창 연대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이회창의 잠재적 지지층이 박근혜의 예전 지지층과 중첩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지지층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의원의 대표적인 팬클럽 '박사모'가 29~30일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 "이명박으로는 안 되고 이회창 출마를 지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78%에 이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회창씨가 '친박' 성향의 한나라당 인사들을 부지런히 접촉하고, '친이'성향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친박' 진영에 분통을 터뜨리고, '친박' 진영의 유승민 의원이 다시 "이재오야말로 당 화합의 걸림돌"이라고 반격하는 등 한나라당 상황은 어지럽기만 하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말도, "한국정치의 5개월은 조선왕조 500년과 맞먹는다"(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말도 있다. 이회창씨의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그가 정말 돌아온다면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재확인할 사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2007.10.30 18:41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