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박근혜 “이재오, 오만의 극치” 격한 반응(한겨레신문)

말글 2007. 11. 1. 21:49
박근혜 “이재오, 오만의 극치” 격한 반응
이명박 무대응에 ‘강력한 경고’ 담긴듯
“마음 멀어져…대선 비협조 비쳐” 해석도
한겨레 성연철 기자
» 바빠진 박근혜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외부에서 걸려온 휴대전화를 번갈아가며 받고 있다. 왼쪽 흰 전화는 비서관이 전해준 전화고, 검은 전화는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이 건네준 전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이재오 최고위원을 향해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환경 노동위원회 감사장에 들어서며 기자들과 만나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표정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을 후보로 만들었으면 당선시켜야 될 것 아니냐. 아직도 경선하는 걸로 아는 사람이 있다”고 박 전 대표 쪽을 비난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김무성 의원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과 관련해 ‘이 후보측이 제시한 화합책에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원래 그렇게 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었는데 너무 많이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일단 이재오 최고의원과 이명박 대통령후보에 대한 인간적인 불신감이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 많다. 이정현 전 선대위 대변인은 “이재오 최고위원이 잇따라 박 전 대표 쪽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조처를 하지 않는 이명박 후보에게 강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을 확실히 정리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이 후보 쪽이 뭘 잘못 알고 자꾸 이회창 전 총재 쪽과의 연대설을 거론하고 있다”는 측근들의 보고에 대해 “그쪽도 (사실 무근이란 것을) 다 알면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일부에선 박 전 대표의 이례적인 극한 표현에 초점을 맞춰 이미 이 후보와 분명한 거리두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한다. 김무성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 ‘너무 늦어진 것’이라며 화합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단 반응을 보인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한 측근은 “여간해선 극한 말을 하지않는 박 전 대표가 격한 표현을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박 전 대표의 마음은 이 후보 쪽에서 이미 상당히 멀어진 것 같다”며 “사실상 앞으로도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진영엔 ‘이 후보 쪽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다급하게 되니 뒤늦게 화합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재오는 나쁜 사람이고, 이명박은 대통령 감이 아니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압박해 당권 등 향후를 보장받으려는 계산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공천권에 대한 일부 의원의 과욕섞인 해석”이라며 “의원들을 책임질 힘이 없는 박 전 대표로선 이런 발언을 그저 막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