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사회

국민 합의없는 대운하(펌)

말글 2008. 2. 17. 21:53

 

이당선자가 대운하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던 대선 전과는 달리, 이제는 대운하에 대한 토론 및 자료가 많이 생겨나서 인터넷만을 검색하더라도 무엇이 대운하 사업의 허와 실인지를 간단명료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이당선자가 제시하는 대운하 사업의 윤곽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고, 인수위나 대운하사업계획서를 만든 학자들도 토론회마다 나오는 수치나 말들이 다르기는 하다. 언론에는 작년 연말에 사업계획서가 완성되었다는 보도도 나오는데, 아직까지 국민 중의 어느 누구도 정식 사업계획서를 본 자는 없다. 떠돌고 있는 것은 개념 차원의 이미지와 사업내용 뿐, 공사의 계획과 진행, 보완조치, 운하의 규모와 성격 등에 대한 실행계획이나 타당성 조사는 없다.

국민이 대운하사업을 걱정스럽게 보고 또 반대까지 하는 까닭의 하나는 운하추진위가 대운하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고 조급증이라는데 에도 원인이 있다. 운하추진위가 원하는 운하는 이당선자의 임기 내에 건설되어야 하는 운하이다. 이러한 일정을 위해 운하추진위는 기존의 강과 강변지역 개발을 제한하는 모든 법들에 우선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의 임기 내에 가능한가의 기술적 여부를 떠나 역사 이래 최대규모의 국토개조 사업에 이런 조급증이 온당한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보전과 규제의 모든 법들을 잠재우려는 특별법의 개념에서도 보듯이, 추진위는 환경비용, 생태비용, 재난비용 등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추진위에게는 오직 4~5년 내 토목공사의 완공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강과 강변을 개발하면서 희생해야 하는 1. 흐르는 강물의 취수, 2. 홍수 등의 재난방지책, 3. 오염을 자체 정화하는 강의 생태계 등은 돈과 맞바꿀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며, 만일 이들이 훼손된다면 이는 우리 후손들에게 내려지는 천형의 부담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추진위가 짐작이나 하는지 의문스럽다.

반대 측의 여론이 세를 얻기 시작하자 요즘의 추진위는 부쩍 민자유치에 공을 들인다. 경부운하는 물론 호남, 충청운하 모두를 민자, 그것도 BTO(민간직접운영방식)로 하겠다고 한다. 민간사업자가 BTO로 참여한다면, 이는 사업경제성에 대한 간접적 증빙도 되고 또 국민의 혈세도 들지 않으니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논리이다. 그러나, 만일 고의가 아니라면, 이는 민자사업에 대한 너무나 순진한 환상이다.

설혹 민간기업이 BTO로 참여한다고 해도 그들은 결코 위에 열거한 환경비용, 재난비용, 생태비용들을 사업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4대 강으로 유입하는 지천들의 제방화 등의 홍수대책 및 식수마련 비용 등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또한 민자 참여사들이 은행으로부터 60~70%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한다면(분명히 그렇게 될거라고 예상되지만), 은행이 사업을 위해 건설사들에게 빌려 준 비용만큼은 모두 한국의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할 몫이 된다.

사실, 대운하는 경제성이 없다.
4대 강의 식수원을 포기하고서라도 쟁취해야 할 반대급부는 눈을 수백 번씩 씻고 보아도 전무하다. 대운하반대시민연합의 사이트에 해운관계자, 화주, 운송중개업자 등이 남긴 일반적이고 전문적인 글들의 내용은 모두 동일한 결론이다. “시간을 다투는 수출입 화물에 뱃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웬 운하?”라는 것이다. 또한 광양항이나 인천신항등과도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있다. 차라리 인천신항 개발과 광양항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수질과 관련해서는 이전의 정부들이 연평균 수조원을 투입, 10년 단위로 시행 중인 계획들이 폐기되거나 대폭 수정될 위기에 있다. 환경부는 지난 해 9월, “사람에 의한 수질관리”보다는 “자연의 수생태 복원”에 중점을 둔 <물환경관리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이미 2조 5천억원 정도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투자와 기조는 이당선자에 이르러 사장되거나 거꾸로 가야만 할 형편이다.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자연하천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4대 강으로 유입하는 지천의 모두를 콘크리트 제방으로 다시 쌓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찬성론자들은 제방을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식 제방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물의 가장자리가 콘크리트로 되어 있지 않으면 침식이 일어나 유실이 불가피하고 이는 장마와 태풍의 홍수철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재난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추진 쪽의 편법적인 진행방식이다.
민자사업이라 하면 대체로 두 가지가 있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의하고 타당성과 영향평가를 마친 뒤 건설을 민간에 공모하는 방식이 있으며, 다른 또 하나의 방식은 민간기업이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안하여 국유지 등의 국가 재산에 사업을 허용토록 하는 것이다. 전자는 당연히 2개 시도 이상의 사업 파급력을 가진 국책사업들에 해당된다. 후자는 국책사업이라기 보다는 지역사업의 차원에서 주로 다루어 진다.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는 국책사업의 형식이면서 진행은 지역사업의 형태이다.


정부가 이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사업을 천명해 놓았으면서도 아무런 지침이나 국민적 검증, 타당성평가 등도 없이 그저 “민간이 신청하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나쁘게 보자면 이는 국책사업에는 반드시 필요한 평가, 검토, 여론수렴 등의 절차들을 빠져나가기 위한 편법적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새정부 수반이 국가적 사업을 얼렁뚱땅 편법으로 하려는 것이란 오해는 가지고 싶지 않다. 만일 그런 오해에 빠지게 되면 나조차도 이 나라에 정 붙이고 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디 단군 이래 초유의 대토목 공사에 대한 정당한 법적 절차와 여론 수렴을 이루어 줄 것을 새로운 정부에 부탁하는 바이다.

 

정당한 절차와 국민여론 수렴이 끝났을 때, 그 때 비로소 “할 것이다” 혹은 “할 수 있다”라는 표현을 국민에게 사용할 수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