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한달> ① 복구계획과 재발방지 대책
'문화재를 살려내라'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에 대한 소방대책이 중요하게 대두됨에 따라 28일 오후 정릉동 경국사에서 성북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중요문화재 화재 진화훈련'을 하고 있다. utzza@yna.co.kr |
200억원 투입 2012년 복원완료 목표
관리주체 변경, 소방매뉴얼 마련도 추진
※편집자주 =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 붕괴된 지 10일로 한 달을 맞는다. 불길에 휩싸인채 무너져 내리는 국보1호를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봐야했던 그때의 안타까움은 어느새 우리들의 기억속에 잊혀져 가는 듯하다. 복원 계획을 비롯한 사후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지, 나아가 이번 참사가 남긴 교훈은 무엇인지, 관계 당국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은 어찌됐는지, 화재 현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600년 질긴 성상을 견딘 숭례문이 어처구니 없는 방화로 붕괴한 지 한 달을 하루 앞둔 9일 현장에서는 수습작업이 한창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숭례문' 현판은 건지고, 2층 누각 중에서도 문루 2층 132.2㎡는 전소하고 붕괴한 반면, 1층(173.5㎡) 부재는 70-80% 가량이 온전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문화재청은 그것을 다시 세우는 작업을 더 이상 '복원'이라 부르지 않고 '복구'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나아가 역사성과 장소성이라는 측면에서 숭례문이 갖는 가치가 온존하고 성문과 문루 또한 상당 부분이 잔존한다는 이유를 들어 문화재위원회는 국보(1호) 지위도 유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붕괴하고 불에 탄 자재를 쓰레기 취급한다거나 졸속으로 '복원'하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고 발생 한 달이 흐르면서 현장 수습과 그 복원 계획 또한 비교적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다.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 작업도 시작됐다.
◇ 현장수습과 복구 계획 = 참사 직후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에 소요될 예산과 기간으로 200억원, 3년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 달이 흐른 지금, 소요예산은 거의 변동이 없으나 '복구' 완료시점은 2012년으로 늦춰졌다. 졸속으로 복원해서는 안 된다는 각계의 지적을 문화재청이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서울시와 중구청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 수습 계획을 4단계로 설정했다. 초동 통제조치를 강구한 1단계(2.11-13)와 추가 붕괴 방지를 위한 조치에 초점을 둔 2단계(2.14-25)는 이미 완료했으며 , 9일 현재 장기안전조치 및 부재수습에 주안점을 둔 3단계(2.26-5월말) 작업을 벌이고 있다.
3단계 기간에는 복구공사 전까지 현장에 존치할 임시 가설덧집을 설치하고, 문화재 안전의식 고취와 현장 공개를 위해 가림막을 투명 소재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현장에서 수습한 부재는 경복궁 광화문 근처에 마련한 자재보관동으로 옮겨진다.
현장 수습이 완료된뒤 마지막 4단계 기간에는 복구를 위한 준비와 실제 복구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내년 봄까지는 현장조사와 기록을 마무리하며, 내년 하반기에는 복구 실시설계를 하고 연말쯤에는 공사에 착수해 2012년에는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재발방지 대책 = 국보나 보물과 같은 국가지정 문화재 중 숭례문처럼 화재 위험에 원천적으로 노출된 목조문화재는 144건. 이 중 124곳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맡고 있으며, 20곳은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한다.
이 가운데 경복궁 근정전이나 종묘와 같은 문화재청 직영 문화유산은 상대적으로 방화와 같은 위험 노출도가 낮은 편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문화재청도 인정한다.
창경궁 문정전에 이미 불을 지른 전력이 있는 숭례문 방화피의자 채모씨는 종묘도 범행 대상으로 생각했으나 상대적으로 경비가 삼엄하고 접근이 쉽지 않아 숭례문을 택했다고 진술했지만 그렇다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종묘가 화재에서 안전하다고 장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무엇보다 종묘를 비롯한 서울시내 5대 궁궐 관련 건축물은 일단 유사시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소방로 시설이 단 한 군데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세계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전이라든가 법주사 팔상전,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사 극락전을 비롯한 산중 불교사찰 문화재는 더욱 심각하다.
숭례문 화재가 일어나자 이들 사찰은 대체로 초동 화재진압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 설비라는 것도 소화전이라든가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분무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들 사찰을 총괄하는 대한불교조계종조차 인정하는 부분이다.
아직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는 앉지만, 일단 문화재청과 조계종 등 관련 기관의 추산에 의하면 144개 국가지정 목조문화재에 대한 만족할 만한 소방설비를 구비하기 위해서는 1천억 원을 웃도는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예산 규모는 한강에 다리 하나를 건설하는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2007년도 문화재청 전체 예산(4천억원 가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막대한 규모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청은 국가지정 문화재 관리 체계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숭례문만 해도 법적인 관리주체는 서울 중구청. 물론 그 관리를 문화재청이 직접 맡는다 해서 이번 방화사태와 같은 참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이중 관리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한 지방청 설립 필요성을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에서 실현되기는 난망한 일이라는 예상이 높다.
일본이 중요 목조문화유산에 도입한 스프링클러 설치는 경관 훼손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어 그것이 실현된다고 해도 상당한 진통을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 매뉴얼 마련 = 숭례문 참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린 대목 중 하나가 "책임 소재가 도대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방재 시스템의 난맥이라는 질타로 이어졌다.
문화유산 방재와 관련있는 당국은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산림청, 그리고 관할 지자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사시에 이들 기관끼리의 업무 분장이라든가 지휘계통의 문제 등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건축물에 대해서는 일반 화재 진압에 쓰는 기법이 거의 소용이 없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이에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그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문화재청은 초기 대응 요령 매뉴얼 마련에 들어갔으며, 소방방재청은 진화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소방방재청이 구상하는 진화매뉴얼 중 하나에는 이번 숭례문 같은 사태에 직면할 때는 지붕을 우선 부수어 진압한다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문화재청은 퇴직소방관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한편, 소방방재청과 인사교류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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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shik@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3/09 08: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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