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숭례문!
(서울=연합뉴스) 강영국기자 = 10일 밤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해 진화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sumur@yna.co.kr |
전문가들 "냄비현상 극복하고 꾸준한 관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숭례문 참사를 계기로 출범한 한나라당 문화재관리제도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정병국)는 화재가 발생한 2월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하기로 정부측과 의견을 모았다고 최근 밝혔다.
문화유산에 대한 애호심을 키우거나 또 다른 대형참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마다 할 이유는 없다.
다만 2005년 4월5일 낙산사 산불을 기억하는 문화유산계 일각에서는 이런 소식에 못내 씁쓸함을 표시했다. 왜 그랬을까.
산불 직후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 직원으로 사찰 문화재 방재대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박상준 불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낙산사가 불탔을 때도 4월5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이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낙산사 산불 직후 너도나도 문화유산을 화재와 같은 위험에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나 국회에서도 이를 위한 전폭적인 대책과 지원책을 마련할 것 같더니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없던 일처럼 돼 버렸다"면서 "이듬해 조계종에서 목조문화재 보존을 위한 예산으로 80억원을 국회에 신청했으나 달랑 1억원 밖에 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낙산사 산불 직후에만 반짝 하다 이내 사그러들고 마는 '냄비 현상'과 문화유산 안전불감증에 분개한 또 다른 문화유산계 종사자는 당시 "제 정신 번쩍 들게 하려면, 부석사 무량수전이 불타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랬던 그들이지만 막상 숭례문이 허망하게 불타 내리는 순간을 TV 생중계 화면 통해 시시각각 지켜보면서 눈물을 삼켰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제발 이번에는 정말로 정신 차려야 합니다."
고건축 학자인 김홍식 명지대 교수는 숭례문 방화사건을 아예 '테러'로 규정한다.
그는 "더욱 중요하면서도 비관적인 것은 이런 테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라면서 "대(對) 테러 진압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유산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들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내가 명색이 고건축으로 40년을 살아온 사람인데, 이번 숭례문 화재에서 참으로 불가사의한 대목은 목조건축물이 어떻게 5시간을 불에 버텨낼 수 있었던가 하는 점"이라면서 "이는 나를 포함한 이른바 이 분야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조차 목조문화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 일인 동시에, 그만큼 그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실험해야 한다는 새삼스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시간이나 숭례문이 불에 타고 있는 장면을 보고도 불을 왜 끄지 못했는지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며, 따라서 원인을 모르니까 당연히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길을 모를 수밖에 없다"면서 "숭례문 사고 하나로 덮어둘 일이 아니라 학계와 정부당국에서도 그 원인과 방법 해명, 나아가 방재대책 마련을 위해 중단없는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문화유산계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숭례문 화재가 이내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연구소장은 9일 "어제도 (현장에) 갔다왔는데 냄비현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조화까지 바치며 숭례문을 애도하던 그 많은 인파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문화유산을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가' 라고 분개했던 그 많은 '애국자'들은 다 어디 갔는가"라고 물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역임한 고고학자 조유전 토지박물관장 또한 "고작 한 달이 되지 않아 숭례문이 버려지고 있는데 이래 가지고서 우리가 진정 문화민족이라 자부할 수는 없다"면서 "차분히 반성해서 근본적인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관장은 "지금까지 말로만 국보다 문화재다 했지 내 주변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4년 동안 박물관 한 번도 안 간 사람이 90%가 넘는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는 한번 없어지면 영원히 없어진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숭례문의 희생은 막대했지만 이 사건이 던져준 의미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조 관장만 해도 "문화재 중에서도 국보 1호라고 하니까 (그것이 불타 내리는 장면을 본) 많은 사람이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가졌다는 경험이 보통 일은 아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국민적 각성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의미를 뒀다.
더불어 숭례문 화재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관리제도 개혁특위가 설치되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것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주도하는 이 특위는 매주 2차례씩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개선점을 도출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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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shik@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3/09 08: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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