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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한달> ④ 반성의 공간으로(연합뉴스)

말글 2008. 3. 9. 17:02
<숭례문 화재 한달> ④ 반성의 공간으로(끝)
 

시민들 "남은 유산 보존에 힘쓸 때"
잔해수습 막바지…문화재청 "복구작업 공개할 것"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을 바라보면 문화재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라 더 부끄럽습니다."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한 지 한 달.

   참혹했던 화재현장은 국보1호를 잃었다는 분노 보다는 우리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9일 복원 현장 주변은 화재 직후 운집했던 군중에 비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와 숭례문 소실을 안타까워 했다.

   시민들은 가림막 한 쪽에 설치된 가로 20m, 세로 5m 크기의 투명창으로 보이는 복원 현장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고, 현장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무동태웠다.

   세 아들을 데리고 현장을 찾은 홍태남(38)씨는 "아이들이 TV에서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반복해 보면서 너무 안타까워했다"며 "잿더미가 된 현장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교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을 카메라로 담던 대학생 송정하(25)씨는 "누구 하나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부실로 일어난 사건"이라며 "뒤늦게 후회만 하기 보다는 남은 유산을 어떻게 잘 보존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폐허가 된 숭례문과 여행 가이드북 속의 온전한 모습을 번갈아 쳐다보던 일본인 관광객 준 세키구치(23)씨는 "대표 문화재가 돌더미로만 남은 모습이 안타깝다. 일본도 킨코쿠지(금각사)가 타 버린 후 잘 복원했으니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복원현장을 둘러싼 가림막 한켠에 30m 가량 길이로 붙여진 흰색 대자보는 방화범에 대한 분노, 제대로 된 복원에 대한 희망, 부실관리에 대한 비난에 대한 글들로 여백을 찾기 힘들었다.

   시민들이 현장 주변에서 문화재 복원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면 현장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복원에 앞서 마지막 잔해물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가림막을 지탱하는 철 구조물 때문에 공사현장을 방불케 하는 복원현장은 사람이 다니는 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파란색 비닐로 덮였다.

   2층 누각이 무너져 내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서까래와 기와 잔해들을 눈과 비에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붕이 다 타버린 누각 외부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된 철 구조물로 둘러쌓였고 건축물을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던 나무 기둥에는 각자 번호표가 붙여졌다.

   서쪽 1층 지붕의 부연과 연목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지만 최종 복원 계획이 나올 때까지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임시조처만 취해진 상태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누각 1층은 90% 정도를 기존 부재로 복원할 수 있고, 대부분 불타버린 2층은 10% 정도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닐로 덮인 부재는 4월 경복궁 내 나대지로 옮겨져 철저한 분류작업에 들어가게 되고 숭례문은 현재 복원 중인 광화문처럼 덧집으로 둘려싸여 본격적인 본원에 들어가게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민들이 졸속 복원을 걱정하지 않게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덧집이 세워지면 시민들이 복구 장면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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