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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과 함께 관객들은 지근거리에서 이예랑 연주자의 설명과 공연을 관람했다. |
ⓒ 김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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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 어렵게 느껴졌던 가야금 공연. 하지만 장르마다 쉬운 해설을 덧붙인 가야금 공연이 전통악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지난 2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 GS타워 소극장에서 열린 이예랑(29)의 Lecture Concert '해설과 함께하는 가야금소리' 공연은 전통악기 가야금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더 나아가 이 씨의 예술성이 돋보인 자리였다. 관객을 지근거리에 두고 보기 드문 해설을 곁들인 전통악기 가야금 연주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21세기 한국 전통악기의 나아갈 길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음악은 소리나 악보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대중들이 현상 음악으로 가야금을 향유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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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 앞면 설명 이예랑 연주자가 가야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김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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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의 고인 물처럼 고전음악에 머무르고 있는 '전통'이라는 고정관념이, 이예랑이란 젊은 연주인의 가야금 공연을 통해 새롭게 해석됐다. 즉 가야금의 장래와 가능성이 엿보였고 전통음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예랑의 '해설과 함께하는 가야금소리' 공연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가야금의 역사, 배경 등의 내용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 연주인이 가야금의 형태, 장르, 곡 감상 방법 등을 해설한다. 바로 설명을 들으니 가야금이 그리 먼 전통악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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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 뒷면 설명 이예랑 연주자가 가야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김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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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이날 공연에서 이예랑은 가야금 장르 중 '산조'를 설명했다.
"기악 독주곡의 꽃으로 불리는 ‘산조’는 한자어로 散調(산조)이다. 즉 흐트러진 가락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에서 '흐트러졌다'는 의미는 난해하게 어지러진 음악을 의미한 것이 절대 아니다. 여러 가락을 한 데 모은 음악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산조 가락은 '시나위'에서 발전됐다. 전라도 남서부지역에서 전통적인 샤머니즘 의식을 치를 때 연주된 즉흥곡의 한 형태이다. 슬프고도 비통하지 않고, 즐겁워도 경망스럽지 않으며 격정이나 정경 등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뜯거나 튕기고 왼손 농현의 기교로 연주한다. 인생과 우주를 연주하는 오동나무 위 열두 줄 명주에 얹어 봄이 나리고 청춘이 오고 자질어지고 휘몰아치는 인생을 담은 곡이 바로 가야금 산조다."
이렇게 글로 표현할 때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을 통하면 편하고 쉽게 전달된다. 공연은 연주인이 해석한 산조 설명뿐만 아니다. 전반적인 가야금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를 통해 가야금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이예랑 연주자는 정악과 산조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가야금의 상징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정악 가야금은 선비, 양반, 귀족들이 풍류를 즐기는 음악을 일컫고, 산조 가야금은 서민들이 인생에서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음악이다. 특히 가야금의 12줄은 12개월을 상징하고 앞면 명주실 안에 있는 기러기는 '비상'을 상징하며, 뒷면 상단 초생달 모양의 홈은 달을 상징하고, 하단에 있는 작은 동그라미는 해를 상징한다. 가야금은 네모난 땅과 동그란 하늘을 합쳐서 만든 악기이다."
국악으로서 가야금이 모처럼 재미있고 알찬 공연이었다. 국악인 집안에서 태어난 이예랑의 역동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제대로 교육을 받은 내력 때문이 아닐는지.
이예랑은 제15회 김해 가야금 경연대회에서 최연소 대통령상을 타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의 가야금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훌륭한 ‘성음’과 연주 탄법, 그리고 성정(性情)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성은 정평이 나 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며 가야금의 대중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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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연주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는 이예랑 연주가 |
ⓒ 김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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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야금 공연을 관람한 한소영씨는 "가야금이 이렇게 쉽게 다가올 줄 몰랐다"면서 " 앞으로 가야금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랑은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예술사 및 전문사를 졸업했다. 국립청소년 국악관현악단 가야금 수석을 역임했다. 제15회 김해 가야금 경연대회에서 최연소 대통령상을 탔다. 그는 전주소리문화전당 명인홀, 여의도 KBS홀, 전주 한옥마을, 카이스트 강당 등에서 여러 차례 가야금 독주회를 가졌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23호 이수자이며 이예랑 가야금 학원장이다. 전주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 전남도립대학 등에 출강하고 있다. 전주 MBC '얼쑤! 우리가락' 메인 MC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