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8대 총선과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전후해 동료 시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살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김귀환(60) 서울시의장이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당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02명 전원에게 돈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광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시의원 28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의장은 "한나라당 소속 시 의원 중 돈을 줄 대상을 어떻게 선정했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역에서 총선 유세로 고생하는 동료 시의원을 격려하러 다녔는데 오히려 식사나 차 대접을 받게 돼 미안한 마음에 별 생각 없이 돈을 인출해 오후 3시30분께부터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또 의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의장에게서 출마하지 말라는 협박성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 정도는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이내 감정이 격해진 듯이 울먹거리며 "정확하게 표현하면 협박이다. 당선되더라도 신상에 해로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가 `의원들에게 돈을 줬느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를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고 (협박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것 같다"며 "당시에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여겼으나 지나고 보니 협박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겁이 나 출마 여부를 두고 참모들과 상의했는데 내가 사퇴해도 그가 당선될 수 없다고 판단해 출마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그가 4월3일과 같은 달 7일 2차례에 걸쳐 수표로 인출한 4천만 원 가운데 일련번호가 연속인 100만원 단위의 수표 뭉치 여러 개에 대한 지급 요청이 아직 은행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미 드러난 인원 외에 돈을 제공한 의원이 더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쓴 돈도 있어 돈 받은 의원이 안 쓰고 보관 중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 그는 돈을 전달할 때 의원들이 `같이 수고하는데 뭘 이런 걸 주느냐'거나 `고맙게 잘 쓰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거절 의사를 밝힌 의원도 있었으나 결국 돈을 받았다고 실상을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불출석한 이대일 의원을 제외하고 시의원 27명과 변호인 등은 피고인석이 부족해 방청석까지 차지하고 앉았으며 초등학생 수십여 명이 단체 견학을 와 현실정치의 `일그러진'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김 의장에게 총선과 시의장 선거를 전후해 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위반 등)로 서울시 의원 28명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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