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불법행위

구청선 아직도 ‘혈세주고 상받기’(한겨레)

말글 2009. 10. 20. 09:52
구청선 아직도 ‘혈세주고 상받기’(한겨레)
서울 성북·동대문·강북구 주민감사로 확인
홍보비 수천만원 내고 ‘시이오상·자치대상’

서울시의 일부 구청들이 영리단체에 수천만원대 돈을 건네고 상을 받는, 이른바 ‘돈 주고 상받기’ 관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장의 ‘치적’을 쌓겠다는 것인데, 시민들이 주민감사 청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19일 서울시 누리집에 공개된 ‘성북구 시이오(CEO) 대상 등 수상 관련 주민감사 청구 결과’를 보면, 성북구는 지난해 ‘제4회 한국지방자치대상’(행정서비스 혁신 부문)과 ‘존경받는 대한민국 시이오 대상’(미래경영 부문)을 받는 대신 두 상의 주관사 쪽 요구에 따라 홍보비 명목으로 모두 3000여만원의 구 예산을 사전에 건넸다.

 

성북구는 지난해 11월4일 ‘존경받는 대한민국 시이오 대상’ 주관사인 ㅎ혁신원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열흘 뒤 1650만원을 ㅎ혁신원에 송금했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같은 달 27일 시이오 대상을 받았다. 성북구는 두 달 앞선 지난해 9월 ‘한국지방자치대상’을 받을 때도, 또다른 주관사인 ㅎ연구원에 1320만원을 전달하고 하루 뒤 ‘행정서비스 혁신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감사 결과에서, 동대문구도 ‘시이오 대상’을 타기 전에 성북구와 같은 단체에 미리 돈을 건넸다. 강북구 역시 ‘한국지방자치대상’을 받으면서 해당 주관사와 사전 약속대로 1320만원을 지출했다.

 

이번 서울시 감사는 주민감사 청구를 통해 이뤄졌다. 주민감사 청구란, 제도·공사 용역 등에 문제가 있을 때 시민들이 직접 지자체에 감사를 청구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제16조)에 따라 각 지역 주민 2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 관계자는 “이번 시상식을 주관한 단체는 지자체에서 받은 돈의 일부만 홍보·행사진행비로 쓰고 나머지는 직원 인건비로 썼다”며 “이는 일종의 영업행위로서, 지자체가 단체장의 치적을 위해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건네진 돈 가운데 일부는 해당 지자체 공무원 1명을 뽑아 외국 견학을 보내는 데 쓰인 경우도 있었다.

 

또 이들 행사를 주관한 두 단체는 행사 기획·홍보 대행 등 영리사업을 주로 하고, 대표이사와 감사가 서로 같아 사실상 동일 업체라고 시민감사옴부즈만 쪽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북구 관계자는 “상을 받는 대가가 아니라 일부 행사 비용을 댄 것”이라며 “성북구 전체 주민이 이룬 성과를 평가받으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감사를 통해 일부 공무원들이 돈을 미리 줘선 안 된다는 ‘선지급금 금지’ 규정을 어기거나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 지자체에 주의 11건, 훈계 2건, 경징계 1건 등의 조처를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