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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아메리카는 ‘미국 부동산회사’였나(경향

말글 2009. 11. 10. 10:10

효성아메리카는 ‘미국 부동산회사’였나(경향)

 박홍두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09-11-10 01:36:25수정 : 2009-11-10 09:34:21

 

ㆍ매매 13건 2400만달러 “주식회사로 보기 어려워”
ㆍ검찰, 유령회사 통한 위장거래 새로운 단서 포착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74) 일가가 매입한 미국 부동산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속출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부동산 매매가 13건에 2400만달러 규모에 달한다. 효성 미국법인인 효성아메리카가 ‘부동산 회사’로 둔갑한 상황이다. 부동산 거래 건수가 급증하면서 유령회사를 통한 대출 거래로 새로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제기돼 향후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꼬리무는 해외 부동산=재미 언론인 안치용씨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9일 추가 제기한 부동산(표 참조)은 효성아메리카가 94년 1월 435만달러에 사들인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 건물 1채 등 5건이다.

이들 부동산도 앞서 밝혀진 8건과 같이 호화주택이 몰려 있는 미국 뉴욕과 서부지역에 있다. 효성아메리카의 유모 상무가 거래마다 등장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부동산은 개인용이 아닌 그룹용 투자재산으로 관리돼 온 정황이다. 앞서 효성그룹이 내놓은 “사택용이었다”는 해명은 무색해진 셈이다.

유 상무는 효성아메리카가 세운 유령법인이 부동산을 위임받으면 이를 토대로 대출받거나 매각 작업을 도맡아 처리한 ‘집사’ 격의 인물이다.

매입과 매각이 되풀이된 점도 연쇄적인 부동산 투자로 해석돼 거래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안씨는 효성아메리카에 대해 “정상적인 주식회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추가된 비자금 조성 의혹=검찰이 확인 중인 해외 부동산의 비자금 조성, 용처에서도 새 단서가 포착됐다. 미국에서 유령회사를 끼운 대출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효성아메리카는 88년 2월 ‘코플랜드’라는 회사와 김모 대표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세 차례에 걸쳐 300만달러를 대출해줬다. 이 의원은 “코플랜드는 실적도 확인되지 않는 유령회사”라며 “효성이 자회사도 아닌 회사에 거액을 선뜻 빌려준 게 의문”이라고 밝혔다. 코플랜드에 △효성의 대출 때마다 국내 유명 은행들이 30만~110만달러씩 함께 빌려주고 △담보가치보다 턱없이 많은 금액을 빌려줬으며 △대출 세 건이 두 달여 동안 집중된 점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1년 뒤인 이듬해 6월 김 사장은 파산신청을 했고 효성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효성아메리카가 유령회사에 대출해주고 파산 방식을 거쳐 대손처리한 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효성그룹은 “효성이 코플랜드에 담보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라 김 사장이 운영하던 스포츠용품 회사와 거래하면서 김 사장 소유의 부동산에 근저당 설정을 한 것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 등에 대한 미국과의 사법 공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조현준 사장 형제와 유 상무가 부동산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한 수사는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홍두기자 p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