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유학생과 지·상사 주재원, 외교관을 비롯한 장·단기 국외체류자, 한국국적을 소지한 영주권자 등 재외국민의 투표가 2012년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치러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전문가들은 현재의 준비 상황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을 지경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선거가 아직 2-3년 남았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준비 부족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한민족센터는 ①현황 및 문제점 ②선거일정 ③선거운동 ④공명선거대책 ⑤남는 과제들 등으로 나눠 재외선거 준비상황을 진단하고 그 대책을 제시해 본다.
남은 준비기간 21개월,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국회는 지난해 2월 공직선거법 등 재외국민 관련 선거법을 개정해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700여만 재외동포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재외국민은 287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2012년 4월 11일과 12월 19일에 각각 치러지는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한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의 승부가 50만 표 내외 차이로 갈렸던 사실로 미뤄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 판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외선거의 책임을 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재외선거준비단'(단장 정훈교)을 구성, 활동해왔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지금의 준비 상황은 재외선거를 과연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다. 준비 첫해인 지난해에 배정된 인력과 예산 2억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첫 선거일(4월 11일) 180일 전인 내년 10월 14일까지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기에 준비 기간은 고작 21개월 남짓. 이 기간에 세계 각국의 재외국민에게 복잡한 선거제도를 설명해 주고, 투표방법이나 부정선거 사례 등을 홍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선관위는 아직 전용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처음 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아직 현지에서는 재외선거제도 도입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재외국민이 다수이기에 올해부터 해외홍보를 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며 "선거법 위반행위가 있더라도 치외법권 때문에 단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공명선거를 위한 철저한 대책 없이는 국내에서처럼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질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선관위는 올해 상반기까지 준비단계를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2011년 6월까지 1년 동안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하고 보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예산 때문에 이 목표를 달성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정부에 올해 준비 예산으로 43억 원 가량을 요구했으나 17억 5천만 원 정도만 반영됐다.
선관위는 올해 재외선거를 전담할 `재외선거국'을 신설하고, 다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모의선거도 치를 예정이다.
선관위 측은 "아무런 경험도 없고, 공관 자체 업무만으로도 벅차다는 재외공관 직원들에게 선거준비를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렵다"며 "선거 관리와 사전 홍보 등을 위해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담인력을 파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파견 인력에 대한 예산이 전혀 잡혀 있지 않은 실정이다.
노영돈 인천대 법대 학장은 "당장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유학생과 장기체류자, 동포 1.5-2세들의 선거관리 대체복무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재외선거 온라인 홍보단'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국회, 외교통상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5개 기관과 함께 모두 3차례에 걸쳐 12개국 18개 재외공관을 돌며 재외공관과 한인 단체 회원, 한인 언론인, 유학생 등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세계한인회장대회와 세계한인언론인 워크숍, 세계한상대회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재외동포 관련 행사에도 찾아가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지난해 8월 주한 일본대사관과 부산 일본총영사관을 방문해 일본 중의원 총선거의 투표 준비 상황 등을 참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해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선관위는 최소한 재외국민 1만 명 이상인 공관 41곳에는 선관위 소속 `최소인력'이 파견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시에 파견이 어렵다면 올해 재외국민 10만 명 이상인 공관에 우선 1-2명을 파견하고, 2012년까지 점차 증원해야 재외선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0만 명 이상 공관은 미국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일본 오사카와 도쿄 등이다.
투표소 확보도 문제다. 선관위가 현지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선거인 수가 5만 명이 넘는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투표소가 설치될 현지 공관이 시내 고층건물의 한 층을 빌려 쓰고 있어 투표 당일 선거인이 몰리면 큰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는 등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선거준비를 끝내야 하는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설치일인 내년 10월 14일까지 21개월 남았다. 재외국민이 1971년 대선과 총선 투표에 참가한 이후 40년 만에 처음 실시되는 재외국민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관계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1/05 16: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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