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메이킹 상담 취업 준비생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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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까지 외모가 결정..새로운 차별
못생긴 얼굴 희화화하는 대중매체..반드시 고쳐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허진 사장(50)은 서울 종로에서 조금 특별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사진이 아닌 취업용 증명사진을 전문으로 찍고 있는 것.
허 사장은 "사진 가격이 1만2천~3만 원으로 다른 가게보다 비싸지만,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얼굴로 인사 담당자들에게 호소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취업에 실력만큼이나 호감 가는 외모가 중요해졌다. 외모가 가지는 중요성은 비단 취업에서 뿐이 아니다. 외모가 결혼, 연애, 승진 등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루키즘(lookism: 외모지상주의)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 외모의 新권력화..차별로 이어져
외모지상주의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문화가 아니라 개선해야 할 문화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외모에 대한 절대적 가치부여는 부당한 차별과 기회의 제한이라는 사회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결혼정보회사 등급표에 따르면 여성이 외모 점수 만점을 받으려면 키 165cm 이상, 미인, 안경 미착용자, 몸무게 50킬로그램 미만의 마른형이어야 된다. 비고란에는 여성은 호감 가는 인상이 아니면 외모 점수는 0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민희 듀오 결혼정보업체 주임은 "결혼정보업체의 등급표는 모두 잘못된 정보"라고 해명하면서도 "외모가 좋지 않으면 선택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에 외모가 중요한 경쟁력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 주임은 "선택의 기회를 더 많이 얻으려고 남성들은 1cm라도 키를 더 높이고 싶어하고, 증모같은 시술을 많이 받는 편이다. 여성들은 성형을 결심한다"고 결혼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취업난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보기 좋은 외모는 이제 반드시 갖춰야 할 '스펙(Specification: 이력서에 쓰는 자격요건)'이 됐다.
150cm의 단신에 통통한 체격인 이명신(가명.25.여) 씨는 "학점도 4.0에 가깝고, 해외연수도 다녀오고 토익도 950점이 넘지만, 면접 단계를 넘지 못한다"며 "실력이 아닌 작은 키 때문인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 준비생 이모(26)씨는 인턴 과정 중 한 인사 담당자가 "서류 8장을 겹쳐두고 증명사진의 인상으로만 인턴 채용을 결정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젊은 층 사이에서 외모가 가지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렌밀리'(frienmily.com)가 최근 20~30살의 미혼남녀 1천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요즘 한국 사회에서 외모도 권력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1.9%(남 91.7%, 여 93.4%)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생겨나 사회를 병들게도 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신체를 가지고도 어떤 부분에 결점이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회적.의학적 병리현상인 신체변형장애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신체변형장애는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도 어떤 부분에 결점이 있다고 잘못 생각해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 신체 변형에 매달리는 일종의 정신병이다.
최현곤 건국대 성형외과 교수는 "성형이라는 것은 콤플렉스를 제거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정도의 역할을 해야한다"며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한 곳만 더'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 못생긴 사람 = 웃긴 사람..비웃음 폭력 심각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대중매체, 특히 텔레비전이 꼽히고 있다.
권지연 여성민우회 모니터팀 분과장은 "TV에서 외모에 대한 인권 침해적인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대생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외모를 빗댄 개그 프로그램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는 "얼굴에 악성코드가 걸렸어", "(못 생겨서) 침 뱉고 싶겠어"라는 말이 그대로 공중파를 탔고, SBS TV '웃찾사'에서는 '못생긴 여자는 없애야 한다' 등 극단적인 말들이 방송되기도 했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길 뿐 만 아니라 키가 작거나 뚱뚱한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풍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태연(42.여) 씨는 "미국에도 인종차별이나 외모차별 등이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당당히 꺼내 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외모 비하 발언 등의 수위와 빈도는 해마다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형국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막말과 외모 비하 등과 관련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 법적 제재를 내린 횟수는 62건으로 2008년(47건)에 비해 68% 증가했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심의 김형성 팀장은 "하지만 개그 장르란 특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막말, 외모 비하 발언 등에 관해 드라마를 포함한 오락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시청자들이 개선됐다고 느낄 때까지 중점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대중매체에 대한 지도뿐만이 아니라 법적 제재를 통해 외모 지상주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 등에서는 외모나 인종 등의 이력이 면접관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입사서류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모차별은 선천적인 특징에 대한 차별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고쳐져야 할 악습"이라며 "실효성 있는 법적ㆍ제도적 조치도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1/25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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