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선거 참여’ 발목잡는 선관위(한겨레)

말글 2010. 3. 20. 12:42

‘선거 참여’ 발목잡는 선관위(한겨레)
고양무지개연대 투표참여 캠페인에 불법 통보
“후보 검증·지지 등 표방 이유” 유권자운동 봉쇄
관악유권자연대 주민후보 정책토론회도 제동
“후보결정 토론은 선거운동 준비행위일뿐” 비판

 

기사등록 : 2010-03-19 오후 08:18:22

 

■ 투표참여 캠페인도 불법? 지난 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좋은 정치 실현’을 표방하며 출범한 시민정치운동단체인 ‘고양무지개연대’는 20일 시내 지하철역 등 11곳에서 유권자 투표참여 운동을 하기 위해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했다. 그러나 행사 이틀 전인 지난 18일 일산서구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선관위는 공문에서 “(고양무지개연대는) 인터넷카페·블로그 등을 통해 후보 검증·선정·발표와 지지 후보를 널리 알리고 이들의 선거를 지원하는 등의 목표를 핵심 실천과제로 삼고 있다”며 “선거운동을 하거나 할 것을 표방한 단체는 공명선거 추진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0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표참여 캠페인은 법에 위반될 수 있는 행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춘열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은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자고 한 것이지 우리 단체 이름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선관위가 자의적으로 단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꼬투리 잡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무지개연대는 19일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무지개연대의 주요 사업은 정책을 개발해 후보들에게 제안하고, 스스로 마련한 검증절차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정해 발표하고 매니페스토 협약을 맺는 것”이라며 “이는 선거법 58조에 나와 있는 ‘선거에 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 정책토론회도 불법? 서울 관악유권자연대도 오는 24·26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민후보’ 입후보자 정책토론회를 열려고 했으나, 관악구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선관위는 “선거구민인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선거기간 전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초청해 출마의 변 등을 듣고 질문하는 토론회 등을 개최하는 것은 선거법 254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선거법 254조는 선거운동 기간 전에 정견발표회·좌담회·토론회·향우회·동창회·반상회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관악유권자연대 남우근 집행위원장은 “선거법은 단체 회원들이 투표를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는데,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토론회 절차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선관위의 이러한 해석 때문에 토론회 대신 사회자가 후보들을 간단히 설명하고, 이후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판단은 선거법에 대한 과잉 해석을 넘어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토론회를 여는 것은 ‘입후보 준비행위, 선거운동 준비행위’에 해당한다”며 “선거법에서도 이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선관위 내부에서도 혼란 선관위가 같은 종류의 사안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더욱 혼란을 부추긴다. 서울특별시선관위는 지난 2월10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에 보낸 회신에서 “무상급식 운동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양시선관위는 무상급식 운동은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의기관 구성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므로 적극적 의사표현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선거의 공정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주권자인 국민의 선거의 자유가 제약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고양/박경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