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4대강 사업… 그 진실을 찾아서] [1] "장마前 1단계 끝내려 밤샘 공사"(조선)
- 박은호 차장대우 unopark@chosun.com
- 유하룡 기자 you11@chosun.com
- 최수호 기자 suho@chosun.com
-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준설·보 건설 작업 구슬땀… 정부 "빨리해야 홍수 통제"
현장엔 연일 사업반대 시위… 국민들 "어느쪽 옳은지 혼돈"
"전쟁입니다, 전쟁. 우기(雨期) 전까지 1단계 공사를 끝내려고 24시간 불철주야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극동엔지니어링㈜ 김정수 감리단장)
9일 경북 칠곡군 약목면 낙동강 살리기 24공구 칠곡보 건설 현장. 강바닥엔 12m 높이 철제 말뚝(시트파일) 4200여 개가 촘촘히 박혀 한창 준설 작업이 진행되는 공사장에 강물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공사장 주변 곳곳엔 강에서 파낸 준설토가 10m가량 높이로 쌓여 작은 민둥산들이 줄줄이 늘어선 듯한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여주보·강천보 공사가 진행 중인 남한강변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이곳 공사장에선 크레인이 '치익'하며 철근을 들어 올리는 소리, 굴착기가 '쿠궁'하며 강 바닥의 모래를 파내는 소리, 구조물을 다듬는 인부들의 '땅땅'하는 망치질 소리가 한꺼번에 뒤섞여 들려왔다. 사람과 기계가 경쟁하듯 빠른 속도로 소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제는 밤 11시까지 근무했지만 교대근무로 야간작업도 합니다. 주 7일 근무도 보통이지요."
- ▲ 남한강 이포보 공사 현장 전국 곳곳의 4대강 사업 현장에선 밤을 새워가며‘속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6월 홍수 전에 1단계 공사를 끝내 놓으려는 정부의 강한 독려에 현장 담당자들은“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도 9일 밤 10시쯤 경기도 남한강 이포보 구조물 공사현장은 야구장의 야간 경기 때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채 밤샘 작업이 이뤄졌다. /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만난 대림산업 임종호 공사차장은 "여기는 '물과 공기(工期)'의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밤이 되자 그의 말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어둠이 깔리면서 주변이 칠흑처럼 어두워졌지만 이포보 공사 현장은 대낮처럼 밝았다. 야간경기를 벌이는 야구장처럼 조명탑 5개가 공사장을 환하게 비춘 것이다. 인부들은 그 덕에 개당 30㎏ 나가는 철근을 크레인으로부터 건네받아 정해진 자리에 정확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인부들이 힘을 쓰면서 '으영차'하는 소리가 남한강 밤의 정적을 뚫고 지나갔다.
이날 오전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라디오에 나와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률은 9.1% 정도로 정상 추진 중"이라며 "장마철 전에 집중공사를 시행해 금년 말까지 핵심 공정의 60% 이상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공사현장에선 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전'이 펼쳐지는 듯했다. 보 건설만 놓고 보면 남한강 이포보는 36%, 여주보 27%, 강천보 18% 그리고 낙동강 칠곡보가 32% 공정률을 달성한 상태다.
그래도 현장 공사 관계자들은 올여름을 걱정하고 있었다. 7~8월에 장마·태풍으로 강물이 붇기 전에 1단계 공사(보 구조물의 왼쪽 반을 완성하는 공사)를 마치고 강물이 보 건설 공사장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둔 가(假)물막이까지 철거할 계획이다. 그렇지 못하면 장마로 가물막이에 막힌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인근 지역에 물난리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보·준설 완공 시한을 내년 말로 제시해 "속도를 안 낼 수가 없다"고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말했다.
공사장에서 벌어지는 속도전 만큼 찬반 논쟁도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지난 8일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4대강 '죽이기' 사업을 심판한다며 강천보 공사현장을 찾자, 이튿날인 9일엔 행정안전부 정창섭 제1차관이 4대강 '살리기' 격려차 이포보 현장을 다녀갔다. 전국의 4대강 공사 현장에선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환경·사회·종교단체 등의 항의 시위가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 공사의 속도는 물론 타당성을 둘러싼 견해 차이도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박성순 강천보 건설단장은 “기후변화로 심각해지는 홍수 등 자연재해를 통제하는 데 4대강 사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사를 되도록 빨리 끝내는 것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이원영 교수는 “강 중간에 댐(보)을 세우고 강바닥을 이유 없이 깊이 파내는 4대강 공사에는 반드시 역사적 책임이 따를 것”이라며 “이 정부가 정당성 없는 공사를 ‘과속’으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며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이포보 건설현장 부근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유정기(63)씨는 “여주군 천서리 쪽은 홍수만 오면 도로가 잠기는 등 물난리가 잦아 정부 말대로 홍수도 막고 관광지도 개발되면 좋기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씨는 “보가 세워지면 남한강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홍수에도 100% 안전한지 장담도 못하면서 정부가 너무 (공사를) 밀어붙여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며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박모(57)씨는 “얼마 전 조개를 잡으려고 물안경을 쓰고 강에 들어가 바닥을 살펴봤는데 평소엔 깨끗하던 강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게 변했더라”며 “지역이 발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여파가 어떠할지는 아직 잘 판단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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