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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빚내서 선거 치를 판(경향)

말글 2010. 4. 28. 08:40

지자체들 빚내서 선거 치를 판(경향)

 박용근·최슬기·정혁수 기자 iloveic@kyunghyang.com

입력 : 2010-04-27 18:03:57수정 : 2010-04-28 00:52:18

 

ㆍ정부 감세정책으로 재정난 심화 속 선거경비는 급증… “국비보조를”

지자체마다 6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느라 초비상이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방교부금이 깎여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터여서 볼멘소리는 더 크다. 4년마다 선거경비 때문에 숙원사업들이 뒤로 미뤄지고 빚까지 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일부 지자체들은 일부라도 국비보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7일 전국 광역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교육감 선거가 같이 치러지는 데다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면서 4년 전보다 선거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전북지역의 경우 올해 지방선거 관리경비는 454억원으로 처음으로 400억원대를 돌파했다. 2006년 선거때보다 127억원(39%)이 증가한 수치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의 선거비용 부담액도 265억원에 달한다. 재정자립도가 21.4%에 불과한 강원도와 도교육청, 18개 시·군이 지방선거 비용으로 책정한 예산은 모두 391억여원에 달한다. 지방선거 비용은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전북지역은 재정자립도가 17%대에 불과하고 14개 시·군 중 10곳은 자체 세입만으론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충북 보은군의 경우 재정자립도는 11%인데 이번 선거관리비용으로 8억5200만원을 편성했다.

대전·충남 지자체의 선거비용 부담액은 594억원으로 충남의 경우 도 본청과 16개 시·군을 모두 합쳐 405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선거비용 부담액 594억원은 금산군이 거둬 들이는 지방세의 약 3배에 달한다. 법정사무이다 보니 지자체들은 일반사업에 앞서 선거관리 경비를 편성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자치단체 살림에 빚까지 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올해 32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대전 동구는 이번에 선거비용 16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빚내서 선거치르는 격”이라며 “예산이 부족할 경우 올 하반기에 지방채를 또 발행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군수당선자가 구속돼 2007년 재선거를 실시한 경북 봉화군은 2006년 8억1478만원을 선거경비로 썼고, 재선거를 치르기 위해 7억7936만원을 다시 집행했다. 올해 지방선거 비용은 9억4648만원이다. 봉화군의 전체예산은 2360억원이고, 재정자립도는 9.35%다. 봉화군 관계자는 “선거 관리비용 9억원이면 일반 주민숙원사업 몇 개를 할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관리비용 부담 때문에 일반 숙원사업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비 일부를 국가가 부담해야 옳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규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국가선거는 국가가 비용을 대지만 지방선거 관리경비는 해당 지자체들이 전액 부담토록 규정돼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경비를 지자체들이 전액 부담하기는 재정압박이 커 일부라도 국비보조를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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