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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활성화·정당공천 없애야 독점구조 깨져”(경향)

말글 2010. 5. 7. 09:50
“주민참여 활성화·정당공천 없애야 독점구조 깨져”(경향)
 최우규·김진우 기자 banco@kyunghyang.com
 
ㆍ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 좌담

지방선거가 이제 30일이 채 남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지방권력 독점’의 문제로 점철된 민선 4기 지방자치를 평가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감하며,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4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변호사),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이호 소장 등 3명이 참여했다.

소순창 건국대 교수,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오른쪽부터)이 지난 4일 경향신문에서 ‘독점 지방권력’의 문제를 놓고 좌담회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지방선거는 왜 중요한가.

하승수 소장(이하 하승수) = “실제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나 행정과 관련해 지방자치가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친환경 무상급식이든 청소년 시설이든 결국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큰 결정 권한이 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변화에 관해선 국회의원보다 영향이 더 크다.”

소순창 교수(이하 소순창) = “중앙에서 결정된 것이 지방에선 단체장 중심으로 재원이 집행된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과 매우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집행하는 대표들을 뽑는 선거여서 중요하다.”

이호 소장(이하 이호) = “지방선거는 생활과 직결되는 의제 결정권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다른 선거와 차이가 있다.”

-1995년부터 본격 시작된 지방자치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소순창 = “중앙과 지방 관계에서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중앙정치에 수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성과다. 과거 관치 행정에서는 그것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역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권한이나 재정이 부족하다.”

이호 =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의제화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물론 뒷받침하는 제도가 미흡하지만 많이 확대됐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다는 점이 아직은 한계다. 특히 공천권 행사를 보면 중앙당과 힘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의 논리나 당리당략에 의해 판단할 여지여서 주민자치에 정면 위배된다.”

-민선 4기 지방권력은 대부분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독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가.

하승수 = “호남에서 시민운동 활동가들은 ‘민주당이 서울에서 생활·민생을 강조하는데 호남에 오면 한나라당과 똑같다. 개발사업하고 지역 토호세력과 유착한다’고 말한다. 이런 일당의 독식 구조에서는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고 부패가 일어나기 쉽다. 고여있는 물처럼 정치·정책적 경쟁이 없다보니 기득권을 가진 세력에게 이로운 정책들이 중심이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다 돌아가는 구조다. 영남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한나라당이 아닌 야당 지방의원이 기초·광역을 합해서 5명만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소순창 = “지자체는 단체장 중심 집행기관과 의회 중심 의결기관이 견제하고 균형하는 시스템인데 1당 독재 때문에 심각하게 견제·균형의 원리가 깨지고 있다. 내가 만난 지방의원은 지역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조례 제·개정이 꼭 필요한데 특정 정당이 독식한 상태에서 그걸 얘기하면 다른 의원들이 왕따시키고 공천을 못받는 게 당연하니까 못한다더라.”

-지방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

소순창 = “일시적이나마 기초단체에 대해선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다. 선거 과정을 보면 지방의원 공천하는 데는 후보자들의 의지·소신, 정책방향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다. 기초의회는 최소한 대선거구제를 하면 소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도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서 지방의회의 다양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나 중선거구제에서는 특정 정당, 거대 양당이 대부분 독식할 수밖에 없다. 깰 수 없는 블록이다.”

이호 = “근본적으로 전근대적인 정당 구조,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다. 지역의 대표자들이 주민들의 대표라는 성격보다는 정당 논리에 예속돼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도 기성 정당에 유리하게 돼 있다. 하물며 후보자 기호 선정도 중앙 중심적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국회 의석수로 기호가 정해지니까 볼 필요가 없다.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후보자 기호 부여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하승수 = “외국의 경우, 정당이 지방자치까지 독점하는 구조는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독일은 지방선거에만 후보를 내서 공천하고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유권자 단체, 즉 로컬 파티(지역 정당)가 인정된다. 일본은 지자체 선거에서 정당의 영향력이 약해 어느 한 정당이 그 지역을 완전히 지배하기는 힘들다. 로컬 파티를 인정하면 충분히 지역 내에서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고 지역주의로 싸우는 중앙정치구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자치를 확고하기 위해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하승수 = “큰 틀의 제도가 바뀌지 않더라도 운영 방식만 조금 바꿔도 해볼 수 있는 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다. 주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다양한 모범사례가 나올 수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특히 무관심한 청소년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청소년 의회를 만들어 지역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제안하고 시장이 직접 청취해서 반영하게 하는데 우리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소순창 = “국가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지방분권으로 해야만 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의도적인 균형발전을 통해 하려면 안된다. 지방분권하려면 거시적 측면에서 시·도를 통합해 중앙정부의 재정, 기능, 인력, 업무를 대폭 이양해야 단체장이 지역의 플랜을 가지고 해나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를 활성화하려면 우리 지역은 우리가 먹여 살릴 수밖에 없다. 복지, 교육,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호 =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권한은 수레바퀴처럼 밀접하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공식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보 공개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보가 공개되고 공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시민들은 자기 의견이 묵살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민의 지방자치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로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송제 등이 있다.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이호 = “현장의 시민운동가들이 시민 참여를 조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참여해봤자 권한을 안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주민 발의를 해도 지방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방의회에서 폐기한다면 권한이 주어진 거라고 보기 힘들다. 주민소환도 힘들게 요건을 채웠지만 투표율이 30% 미만이면 개표 자체를 안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순창 = “지방자치에서 직접민주주의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투표, 주민발의, 소환제도 등이 도입됐는데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하려면 (유권자의 5% 이상인) 38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대안체로 나온 것들이 지방의회, 단체장이나 중앙정부의 의지에 의해 재단될 수 있는 부분들을 과감히 개혁해야 지역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로 탄생할 ‘5기 민선 지방자치’에서 구현되어야 할 가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호 = “중앙정치 논리가 아니라 시민 참여 활성화가 중요하게 추구할 가치다. 나는 당선해서 뭐 해주겠다는 후보를 찍지 말자고 한다.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자세가 지방자치를 발전시킨다. 단체장은 대표자가 아니라 대리인으로 되어야 한다. 대리인은 자기를 뽑아 준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없다.”

하승수 = “지방자치 측면에서 상당한 위기다. 혁신이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장이 카리스마로 혁신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장이나 의회가 권한을 주민에게 주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부패, 예산낭비, 지방재정 문제 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나올 것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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