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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좌고우면 않고, 진보의 길 가겠다"(대자보)

말글 2010. 10. 12. 10:15

정동영 "좌고우면 않고, 진보의 길 가겠다"(대자보)
국감차 외유 떠나면서도 '한미FTA 전면 재협상' 관철 재차 강조
 
취재부
과감한 실천으로 '진보+신뢰'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보의 길을 가겠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10일 국정감사 차 외유를 떠나기 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말이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10.3 전당대회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당의 목적으로 결정했다. 당원과 대의원은 민주당이 '진보적 민주당'의 길로 갈 것을 명령했다"며 "우리 앞에 국민을 위한 진보의 길을 갈 것이냐, 지난 결정에 묶여 퇴보의 길을 갈 것이냐의 선택이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보의 길을 가겠다. 한미FTA 전면 재협상을 관철시키겠다"며 "그 길은 곧 민주진보세력이 승리하는 길이 될 것이며, 국민이 승리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담대한 진보'를 표방하며 한미FTA 전면 재협상, 부유세,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을 민주당의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정 최고의원의 진보적 언행이 다분히 '전당대회용' 아니냐는 의구심도 많았다. 상당히 파격적이긴 하지만, 과연 전대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진보적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평가를 유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전대 이후 행보는 곧바로 실천에 옮김으로써 '진정성 없는 정치인',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청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진보적 발언과 소신을 증명해 보이는 첫번째 과업으로 '한미FTA 전면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왔다. 대권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 최고위원으로선 상당히 껄끄러운 주제지만, 한미FTA 전면 재협상을 위한 야권 공조를 주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보증수표도 드물기 때문이다.
 
한미FTA 전면 재협상은 '시작'일 뿐
 
그동안 진보진영에선 한미FTA에 관한 입장을 진보의 진정성과 동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최대 기준점으로 인식해왔다. 또한 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와 첨예하게 대립·갈등했던 최대 이슈였던 만큼 2012년 야권 전체의 연대·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어느 선에서는 입장을 정리하고 타협을 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정 최고위원의 선택은 가장 난해한 부분부터 과감하게 털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시기적으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오는 11월 중순 이전까지 자동차, 쇠고기 분야에서 미국 측에 더 많은 양보를 위한 추가협상 문제를 매듭짓고, 내년 초까지 한미FTA 비준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미FTA 문제가 국정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더 이상 대응을 미룰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정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등과 함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후보,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등 야3당 대표급을 포함 32명의 의원들과 국회에서 한미FTA 전면 재협상 촉구를 위한 '한미 의원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FTA가 민주당 내  최대 현안이자 손학규호의 첫번째 시험 무대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10일)도 한미FTA 전면 재협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각종 비판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그의 '담대한 진보'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왜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는가
 
    - 국익을 위해 한미FTA는 반드시 재협상해야 합니다 -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첫째, 한미FTA 협상의 과정과 결과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 한미FTA는 국민적 합의는커녕 법에 규정된 공청회도 파행으로 이끌며 밀어부친 사안이었습니다. 진행 자체가 반대여론을 억누르는 비민주적 과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한미FTA는 이익의 균형과는 거리가 먼 불공정 협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역구제, 전문직 비자쿼터, 개성공단 등 주요 협상목표는 거의 다 실패하고, 농업 전면개방과 지적재산권 등 잔뜩 내주기만 한 협상이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의 공공정책 결정과 국가주권을 제한하고, 시장만능주의를 강요하는 심각한 독소조항이 포함된 채로 통과되고 말았습니다.
 
둘째, 재협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차원의 검토니, 아직 미국의 의견만 청취하고 있는 상황이니 변명을 하지만 이미 양국간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G20회의를 앞두고 마무리하겠다는 양국의 공공연한 호언장담은 이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은 지난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2007년 페루, 콜럼비아와 재협상을 요구해 성사시킨 전례도 있습니다.
 
미국은 소고기, 자동차에 이어 섬유분야까지 배수진을 치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만 가만 있으면 재협상의 의제는 미국 중심으로 끌려갈 것입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밀실협상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심히 우려됩니다.
 
독소조항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재협상이 추진되고 있다면 정부의 역할은 독소조항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재협상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여론을 집중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국익의 문제이며, 자존의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대해 또다시 달을 보지 아니하고 손가락을 지적하는 비판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통과된 협상에 대해 그 당시 책임을 졌던 세력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정치란 용산참사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정치적 도의는 국민에 대한 책임입니다. 잘못된 결정임을 알고도 그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침묵한다면, 이것은 더 큰 죄악입니다.
 
지난 시절 잘못된 판단과 무지에 대한 비판 겸허히 받겠습니다. 이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도 잘 알고 있습니다. 더 큰 책임감으로 바로 잡겠습니다.

더욱 불리한 협상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입니다.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경기입니다. 결과가 반드시 한편의 의지대로만 관철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한 과정을 거쳐 협의하고 타협하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한 협상력은 내부의 결속에서 나옵니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독소조항에 대해 일관된 개선을 요구할 때 협상단의 협상력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협상의 중심은 상대의 입장에 대한 일방적 이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에 대한 확신에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요구사항만 있고 우리는 아무런 요구사항이 없이 재협상에 임한다는 것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닙니다. 이 정부의 외교는 중심에 ‘대한민국’이 없기 때문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저력을 무시하고 패배주의에 빠져 도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실패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쟁점으로 이용한다는 억측입니다.
 
G20회의 이전에 재협상을 마무리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한달입니다. 국가적 이익과 국민의 삶과 직결된 핵심의제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정략일 수 있습니까? 치열한 논쟁은 환영합니다. 무엇이 진짜 국가의 장래를 위한 것인지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미FTA 재협상 요구를 정략적이라 치부하는 것은 논쟁을 회피하기 위한 ‘진짜 정략적 논리’에 불과합니다.
 
민주당은 10.3 전당대회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당의 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당원과 대의원은 민주당이 ‘진보적 민주당’의 길로 갈 것을 명령했습니다. 우리 앞에 국민을 위한 진보의 길을 갈 것이냐, 지난 결정에 묶여 퇴보의 길을 갈 것이냐의 선택이 놓여있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보의 길을 가겠습니다. 한미FTA 재협상을 관철시키겠습니다. 그 길은 곧 민주진보세력이 승리하는 길이 될 것이며, 국민이 승리하는 길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10월 10일
 
    민주당 최고위원 정 동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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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0/11 [20:33]  최종편집: ⓒ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