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06 23:29 / 수정 : 2011.03.07 03:1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4일 단체 후원금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행안위는 정치인이 기부받을 수 없는 돈을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서 '단체의 자금'으로 바꾸는 등 정자법(政資法) 3개 조항을 고쳤다. 여야는 3월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절차까지 매듭지을 태세다.
현행법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못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이 여야 의원 6명이 재판을 받고 있는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불법 후원금 수사의 핵심 근거였다. 행안위 소속이었던 이들 의원들이 행안위 소관 업무인 '청원경찰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입법'을 부탁받으면서 청목회 회원 개인들의 이름으로 받은 후원금이 문제가 된 것이다.
만일 행안위를 통과한 대로 정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당 의원들은 청목회라는 단체 이름으로는 후원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면죄부'를 받게 될 전망이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새 법이 통과되면 새 법을 적용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원칙이라서다.
형사재판을 받는 6명 의원 중 3명은 여전히 행안위에 소속돼 있다. 피고인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자기 손으로 법을 바꿨다는 말이 된다. 다른 의원들 역시 언제 자신도 똑같은 그물에 걸려들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흔쾌히 '동료 구하기'용 위인설법(爲人設法)에 가담했을 것이다.
2004년 3월 개정된 현행 정자법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조항을 비롯한 몇몇은 정치현실에 맞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뒤에서는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법 개정엔 앞장서려 하지 않았다. 반(反)개혁 딱지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청목회 수사가 시작되고, 현행법대로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자 여야가 손잡고 자위(自衛)용 입법권을 행사한 것이다.
국회에서 법안이 상임위 법안소위(小委)를 거쳐 전체회의를 통과하려면 짧게는 수개월, 길면 1년씩 걸린다. 그 사이에 법안 통과를 기다리는 민원인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애태우는 모습을 국회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번 정자법 개정안이 행안위에서 소위를 거쳐 전체회의까지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이었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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