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리서치 "MB·한나라보다 박 지지율 높아져"
현 정권의 후임자가 아닌 이대통령의 견제자로 인식… "대통령 되면 좋다" 48.6%
국민들, 박 전 대표에게서 어머니 육영수 여사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더 떠올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은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디어리서치가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만약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명박 정권이 재창출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정권 교체'(50.1%)가 '정권 재창출'(34.6%)보다 많았고 '모름·무응답'은 15.3%였다.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정권 교체로 보는 견해는 한나라당 지지층(53.9%)과 민주당 지지층(52.9%)이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높으면서도 박 전 대표가 후보 지지도에서 독주하는 원인 중 하나가 이처럼 박 전 대표를 '여당 내의 야당'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정권이 재창출돼야 한다'(38%)에 비해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48.8%)가 더 높았다. 각 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 중 누구를 찍겠는가'란 질문에도 항상 야권이 10%포인트가량 높았다. 하지만 '박근혜'란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야권 후보와 가상 대결을 펼치면 박 전 대표는 누구와 맞대결을 해도 30%포인트가량 우세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리서치 이양훈 부장은 "세종시 수정안 등 굵직한 이슈에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박 전 대표를 정권의 '후임자'보다는 '견제자'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좋다'가 48.6%였고 '좋지 않다'는 31.8%, '모름·무응답' 19.6%였다.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에 대한 긍정 평가(48.6%)는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40.8%)과 한나라당 지지율(40.1%)보다 높았다. 지난 2008년 촛불 정국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이 대통령 또는 한나라당보다 동시에 높게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리서치 박승열 사장은 "박 전 대표는 분명히 이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상한 현상이 '박근혜 현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표를 '야당'으로 보는 생각이 줄어들고 정부·여당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박 전 대표에게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접어들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정권의 후임자로 보는 시각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40대·서울·화이트칼라 등에서 60%가량이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 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한편 국민들은 박 전 대표에게서 '육영수 여사'(25.1%)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64.1%)을 더 많이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박 전 대표에게 법적·도덕적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선 '없을 것'(52.0%)이 '있을 것'(32.5%)보다 더 많았다.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전화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