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작년 선거때 87명 후보 사퇴… '제2의 곽노현'은 없나(조선)

말글 2011. 9. 1. 14:49

작년 선거때 87명 후보 사퇴… '제2의 곽노현'은 없나(조선)

  •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입력 : 2011.09.01 03:16

[시·도지사 등 6·2 지방선거 분석해보니]
후보 단일화 붐 - 시·도지사 후보 3명 사퇴
교육감 선거선 7명 물러나… 27명이 "후보 단일화 위해"
후보 사퇴하면 큰 손해 - 후보 등록때 낸 기탁금
선거비 한 푼도 못 돌려받아… 선관위 "뒷거래 개연성 충분"

서울시교육감이 작년 선거 때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건넨 배경엔 박 교수가 쓴 선거운동 비용 보전 문제가 깔려 있다. 선거운동을 하다가 후보 단일화를 위해 중도에 물러나는 사람들의 일부는 그간 쓴 비용을 단일 후보로부터 충당받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 선거법상 후보 매수 조항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금품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고, 간혹 있더라도 서로 쉬쉬할 수밖에 없다.

◆야권에서 후보 사퇴 많아

31일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작년 6·2 지방선거 때 후보 등록 이후 사퇴한 사람은 87명이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민노·국민참여당 등은 '야권 후보 단일화' 전략을 구사했다. 시·도(市·道)지사 후보 중 사퇴한 사람은 경기도 심상정(진보신당), 강원도 엄재철(민노당), 제주도 강상주(무소속) 후보 등 3명이었다. 지방선거 바로 전날 사퇴한 심 후보와 강 후보는 '일신상의 사유'를 들었고, 엄 후보는 '후보 단일화'라고 밝혔다. 당시 심 후보는 참여당 유시민 후보 측으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청을 받고 있었다.

31일 밤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곽노현 교육감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곽 교육감의 부인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된 가운데 곽 교육감은 오전 휴가를 내고 오후에 출근했다. /연합뉴스

교육감 선거에선 서울과 경북 각 1명, 인천 2명, 전남 3명 등 7명의 후보 사퇴자가 있었다. 서울의 경우 곽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였다. 박 교수가 밝힌 사퇴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였다. 전남에서 사퇴한 3명은 교육 관료 출신의 보수 성향 후보였으며 다른 보수 후보 지원 차원에서 사퇴했으나 결과는 진보 후보가 당선했다. 인천과 경북에서도 보수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사퇴했다. 다른 선거에선 시장·군수·구청장 선거 27명, 광역의원 선거 12명, 기초의원 26명, 교육의원 5명 등이 사퇴했다.

총 87명의 사퇴자 가운데 사유를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라고 밝힌 이는 모두 27명이었다. 서울 도봉구청장 선거에 나갔다가 사퇴한 국민참여당 이백만 후보는 사유를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합의에 의한 사퇴'라고 했고, 경기도 안양시장 선거에 나왔던 무소속 손영태 후보는 'MB 심판의 밀알이 되고자'라고 했다. 27명의 당적은 국민참여당(12명) 무소속(6명) 민주노동당(5명) 민주당(2명) 창조한국당(1명) 등 야권이 다수였다. 27명 이외의 나머지는 대부분 '일신상의 사유'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사퇴하면 손해가 막심

공직선거 출마자는 후보 등록과 함께 선거기탁금을 내야 한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의 경우 1인당 5000만원, 시장·군수·구청장 후보는 1000만원, 나머지는 200만~300만원이다. 후보를 사퇴하면 이 돈은 국고로 들어간다. 선거를 완주해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대부분을 국가가 보전해주기 때문에 사퇴한 사람들은 선거기탁금 외에도 상당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비 후보 등록(선거일 60일 전) 때부터 예열되기 시작해 공식 선거운동(선거일 13일 전)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돈이 들어간다"며 "거기서부터 후보 사퇴는 쉽지 않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곽노현 교육감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후보 사퇴 과정에 거래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내부 고발자가 없으면 적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