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6 23:01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당명(黨名)을 바꾸기로 했다. 국민 공모와 여론조사를 거쳐 30일 새 당 이름을 결정한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1997년 이회창 총재의 신한국당과 조순 총재의 민주당이 합쳐 새 당을 만들 때 지어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엔 나라의 역사와 함께 세월의 시련을 견뎌낸 노목(老木) 같은 정당이 없다. 영국의 보수당이나 미국의 공화·민주당은 100년, 200년의 세월 동안 창당 당시의 이름을 지켜왔다. 정당을 구성하는 조직원과 지지세력의 성격은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지만 이름만은 보존해 왔다. 영국 보수당의 경우 귀족과 대지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출범했지만 투표권이 대중으로 확대되면서 중소 상공인과 근로자의 이익도 함께 대변하는 포괄(包括) 정당으로 변모하면서도 이름은 그대로 이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다. 조직원이나 지지세력은 옛날 그대로인데 판세가 불리하면 이름부터 바꿔 달았다.
한나라당 창당 당시 관계자들은 '한나라'라는 명칭 속에 분단시대를 넘어 민족 전체를 아우르는 통일시대를 열어가고, 갈가리 찢긴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며, 부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청렴한 정치 풍토를 만들어 내라는 염원(念願)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 때 기존 정치인들은 정당 명칭으로 부적절하다며 거부감을 보였지만 젊은 유권자층은 압도적으로 호감을 표시했었다. 지금은 녹슬고 인기 없는 당명(黨名)이 돼버렸지만 그때는 반짝반짝하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이 오늘날 당의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절박한 위기에 내몰리게 된 것은 한나라당이란 이름에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일부 특권층만을 감싸고 도는 듯한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 대다수에게 위화감을 주고, 위아래 할 것 없이 각종 부패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나라'라는 이름에 오물을 뒤집어 씌워 버렸다. 한나라당은 근사한 새 이름표로 힘 안 들이고 국민의 한나라당을 향한 눈길을 바꿔 보겠다는 해법(解法)만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땀과 눈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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