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꽉 닫힌 후보검정자료 '모래밭 바늘찾기"(경향신문)

말글 2007. 7. 18. 21:58
꽉 닫힌 후보검증자료 ‘모래밭 바늘찾기’
입력: 2007년 07월 18일 18:46:03
 
대선 주자 후보들의 재산 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취재방법이 동원된다. 현 시스템에서 구할 수 있는 신상정보는 제한적이다. 원하는 정보를 입수하기는 교도소 담을 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기는 한순간이다. 꽉 막힌 제도 아래서 요긴한 정보를 얻기란 거의 운에 가깝다. 주민등록초본 발급 하나를 놓고 사생결단식 정치공방이 가능한 이유다.

◇공개자료 분석부터 난항=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재산내역은 국회공보를 통해 각각 1993년 9월과 1998년 5월에 첫 공개됐다. 그러나 두 후보가 2007년 현재까지 재산이 어떤 식으로 변동됐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매년 공개된 자료를 별도로 수집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국회공보는 2000년부터 전산화돼 그 이전 것은 국회전자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컴퓨터를 붙들고 검색어를 두들겨야 한다. 두 후보의 재산 변동 상황을 체크하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 그나마 전산화 이전 국회공보는 시기별로 정리가 안된 채 뒤죽박죽 섞여 있어 어려움은 배가 됐다. 재산내역뿐 아니라 후보자의 납세자료와 병역, 전과 등 과거 선거과정에서 이미 공개했던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선거후보자는 재산, 병역, 최근 5년간 후보자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소득세·재산세·종부세 납부실적과 체납액, 금고 이상의 범죄경력, 학력 등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선관위는 이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공개는 보름 남짓 선거 기간으로만 한정돼 있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다시 비공개로 묶이게 돼 있다. 선관위는 법규정을 들어 ‘공개 노(No)’라고 했다. 가장 기초적인 ‘OOO 후보는 전과 몇 범’이란 내용도 당장 ‘어떻게 알았느냐’는 반격이 가능한 현실이다.

◇친·인척 정보는 베일=후보 형제나 친·인척들의 재산을 알기 위한 취재는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식이다. 이상은씨는 이명박 후보 처남 김재정씨와 수차례 부동산을 공동 매입·매각한 동업자 신분이어서 소유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던 인물이다. 대선 경선 후보의 형이지만 행정기관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는 겹겹이 둘러쳐 있었다. 유일한 단서는 이상은씨가 이천에 거주한 적이 있다는 것과 이후보의 둘째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이천에 땅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부의장의 이천시 소유 부동산 지적도를 뗀 뒤 주변 땅의 부동산 소유주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남산에서 김서방 찾기식’ 취재가 시작됐다. 이런 식으로 1주일 동안 이천시 호법면 일대 등기부등본을 뗀 게 300여통에 달한다. 소유주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은씨 땅(31개 필지, 48만871㎡)이 무더기로 나왔다.

사정이 이러니 과거 보유했다가 팔아버린 부동산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행정자치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적전산망 시스템에 협조를 타진했지만 “누가 목을 내 놓고 제3자의 정보를 조회해줄 수 있겠느냐”고 퇴짜를 맞았다.

정보공개청구도 시도해봤다. 대선 경선 후보의 친·인척이므로 언론이 검증을 해봐야겠다고 관계 공무원에게 문의했지만 “친·인척이기 때문에 더더욱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공식 루트가 막혀 있다 보니 검증취재는 자칫 주변 인물들의 부정확하고 막연한 전언에 귀를 기울이는 위험이 뒤따른다. “현대건설이 이천의 이후보 일가 땅을 모두 개토작업해줬다” “박후보의 사생활을 입증해주는 메디컬 리포트가 있다”는 등 ‘카더라’ 제보도 적지 않았다. 수십년 전 일을 취재하기도 어려웠지만 그나마 관계 인물들의 언론 기피는 검증취재에 더욱 애를 먹였다. 현대건설 전직 사우들의 모임인 ‘건우회’는 검증 공방이 뜨거워지며 전직 임원들의 연락처조차 알려주기를 꺼렸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유료 인물 정보를 토대로 현 직책을 알아낸 뒤 회사로 연락하는 우회방식을 거쳐야 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