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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외압’ 실체…세간의 소문 사실로(경향신문)

말글 2007. 9. 13. 02:54
드러나는 ‘외압’ 실체…세간의 소문 사실로
입력: 2007년 09월 12일 18:41:29
 
신정아씨 관련 의혹 수사는 마치 양파껍질을 까는 식이다. 껍질이 벗겨질 때마다 의혹은 사실로 확인되는데, ‘의혹의 껍질’은 까도 까도 또 등장하고 있다. 이제 수사는 정·관·재계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둘러싼 각종 의혹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정·관·재계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청와대 근무 당시의 변 전실장.
검찰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수임용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변전실장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했다. 또 신씨가 변전실장이라는 ‘우산’ 아래서 정부 부처와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까지 챙긴 사실까지 포착했다. 여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제3의 실세’에 대한 추적작업도 벌이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전선이 확대되자, 광주지검 등으로부터 검사 4명을 지원받는 등 수사팀을 대거 보강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일 벗는 외압 실체=검찰은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으로부터 “변전실장이 신씨를 ‘예일대 후배로 주목되는 큐레이터’라고 추천해 별 의심 없이 신씨를 임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신씨가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변전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도 확보했다. 장윤스님은 변전실장과 만나 신씨 관련 얘기를 나눈 직후인 7월 초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술감독직에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신씨를 두둔하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검찰은 “동국대·광주 비엔날레 관계자들 역시 서로 주고 받은 e메일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사항”이라고 밝혀 사법처리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관·재계 전방위 확대=검찰은 신씨가 큐레이터로 일한 성곡미술관에 정부 부처와 기업들의 후원이 몰린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신씨측에게 수천만원을 지원한 문화관광부 등 몇몇 부처로부터 관련자료를 제출받아 사업지원 과정에서의 변전실장 개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신씨가 주도한 미술전시회 등에 대기업들이 후원하는 과정에도 변전실장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해당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외압여부를 확인중이다. 검찰조사 결과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 등의 자리에 있던 변전실장이 정부부처나 기업에 대해 후원금을 놓고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포착될 경우, 변씨는 직권남용 혐의 등을 피하기 어렵다.

◇변전실장의 ‘컴퓨터’에는 무엇이=변전실장의 컴퓨터는 외압 의혹을 밝혀줄 핵심증거로 떠올랐다. 구 차장검사도 “변전실장의 컴퓨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신씨의 e메일 계정 분석 작업도 예기치 않은 폭발력을 지닐 수 있다. 신씨의 사교력과 수완을 고려할 때, 변전실장처럼 ‘가까운 사이’로 지내며 비슷한 접촉을 해온 정·관·재계 인사가 더 드러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관계와 외압정황이 신씨의 컴퓨터에서 나왔지만 ‘입증’의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변전실장의 컴퓨터에 보관된 e메일과 문건 등을 확보해야 한다. 신씨가 변전실장에게 보낸 메일 중 지워버린 것이 변전실장의 컴퓨터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 대상에 청와대 집무실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위상과 모양새를 고려할 때 변씨의 사무실 컴퓨터는 청와대가 임의제출하는 형식으로 확보될 가능성이 높다. 구 차장검사는 “(집무실 컴퓨터에) 국가기밀도 있을 수 있어 여러가지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로서는 변전실장의 사표까지 수리한 마당에 검찰의 자료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인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