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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사, 변씨 부인에 뭔가 할 말 있었을까

말글 2007. 9. 14. 07:53
신정록 기자 jrshin@chosun.com
입력 : 2007.09.14 00:3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4/2007091400054.html
권여사, 변씨 부인에 뭔가 할 말 있었을까

  •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부인 박미애씨를 지난 11일 청와대 관저(官邸)로 불러 점심식사를 함께 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함께 한 11일은 청와대가, 변 전 실장과 ‘예일대 가짜 박사’ 신정아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확인하고 사표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이다. 또 시간대도 이날 11시10분 노무현 대통령이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한 직후다. 이번 사건이 전면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의혹의 불똥이 청와대로 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굳이 그 시점에 권 여사가 박씨를 불러 식사를 했어야 했느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 만나는 것이 상식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12일 밤 기자들이 “점심식사를 했다는데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안 그러셨을 것 같은데…”라는 첫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시중에 ‘변 실장의 윗선’ 또는 ‘몸통’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풍문이 파다했기에 더욱 그렇다. 강훈 변호사는 “법률적 문제는 없겠지만, 사회적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모종의 부탁·청탁·은폐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자리를 만든 자체만으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제 은폐 소지가 있든 없든 판사나 공무원 등이 오해 소지가 있는 관련자들과는 다른 인연이 있더라도 만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은 권 여사가 위로차 박씨를 불러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천호선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박씨가 이 상황에서 인간적으로 가장 힘든 분이기 때문에 위로 차원에서 권 여사가 불러 식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권 여사는 평소에도 격려 차원에서 청와대 식구 부인들을 자주 불러 만나왔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점심식사 자리에서 “힘들어도 꿋꿋하게 견디라”는 위로의 말을 주로 건넸다고 했다.

    박미애씨도 13일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 박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염치가 없어서 한참 망설이다가 사과 말씀이라도 드리면 우리에 대한 미운 감정이 나아지실까 싶어 갔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과 권 여사를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에 초대를 받고 망설였으나 사과라도 하기 위해 초대에 응했다는 얘기다.

    설명대로라면 권 여사가 ‘큰어른’의 마음으로 ‘아랫사람’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줬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의혹의 시선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이례적인 일정이 연속해서 잡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11일 변 전 실장과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곧이어 권 여사가 변 전 실장 부인을 불러 식사를 했다. 또 권 여사는 다음 날인 12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신정아 윗선이 누구지? 대통령과 나도 서로 묻는다”라고 했다.

    노 대통령과 권 여사의 11, 12일 긴급 회견, 오찬 등이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있는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이런 점들 때문에 권 여사가 사건과 관련해 권 전 실장의 부인 박미애씨에게 뭔가 할 얘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들도 나오고 있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지어 권 여사가 부른 것이 아니라 박미애씨가 “할 얘기가 있다”며 요청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