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이명박 BBK 의혹’ 대선전 규명” 칼 빼든 검찰(한겨레신문)

말글 2007. 11. 6. 19:16

“‘이명박 BBK 의혹’ 대선전 규명” 칼 빼든 검찰
‘단기간 집중 조사’ 특수부 중심 특별수사팀 구성
이명박 후보 측 참고인, 수사 협조 여부는 미지수
연합

BBK 대표 김경준씨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이 특수1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은 가급적 대선 전에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김씨가 연관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와 특수1부에 흩어져 있었지만 최근 대통합민주신당이 이 후보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한데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점 등을 감안해 같은 3차장 산하임에도 시스템상 `단기간 집중 조사'에 능숙한 특수부가 수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특별수사팀 구성 배경과 수사 내용 =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김씨 사건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긴요하다고 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게 됐다"며 "수사 효율성 등 제반 여건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검사는 "특수1부가 한나라당 대선경선 때의 고소ㆍ고발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 내용을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특별수사팀에는 특수1부 검사 2명과 금융조세조사1부 검사 2명, 첨단범죄수사부 및 형사부 검사 각 1명이 투입됐으며 김씨가 15일께 귀국하는 등 수사에 탄력이 붙으면 검사나 수사관 등의 수사 인력이 추가로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는 크게 ▲김씨를 기소중지한 뒤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때 적용했던 각종 혐의 ▲김씨에 대한 ㈜다스의 사기 고소 사건 ▲㈜다스 주식 매각 또는 백지신탁 불이행에 따른 이 후보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신당이 이 후보를 주가조작 공범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 4갈래로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특별수사팀의 금융조세조사부 검사들이 김씨를 기소중지한 뒤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때 적용했던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여권ㆍ법인설립인가서 위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옵셔널벤처스코리아 자금 384억원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38개 증권계좌를 이용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식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이 BBK의 후신인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이 후보를 김씨와 공동정범 관계로 고발한 사건도 주가조작 및 시세조종 수사 전문가인 이들 검사가 맡을 예정이다.

 

신당은 이 후보가 김씨와 함께 2000년에 설립한 LKe뱅크와 BBK, 역외펀드인 MAF 등의 법인계좌 38개를 이용, 107회에 걸쳐 가장매매와 고가매수 등을 통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를 2천원에서 8천원으로 올려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수부 소속 검사 등은 이 후보 처남인 김재정씨 등이 대주주인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인지, ㈜다스가 190억원을 BBK에 투자하는 과정에 이 후보가 관여했는지, 다른 기관투자자도 이 후보의 영향력 탓에 BBK에 투자한 것인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와 LKe뱅크 경영 등에 이 후보가 직접 참여했는지 등을 캘 것으로 관측된다.

 

◇ 대선 전 수사 성과 낼지는 미지수 = 김씨 송환 시점부터 대선후보 등록(11월25~26일) 까지의 열흘 남짓한 기간에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대선 전까지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이 파헤쳐질 경우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도 국정감사 때 "김씨의 송환에 대비해 사전에 계좌추적 및 참고인 조사를 벌여 대선후보 등록 전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원 질의에 "검찰에서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돼 대선 전에 의혹의 대부분이 규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핵심 피의자이자 참고인인 김씨가 본인의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이 후보와 관련된 진술을 늘어놓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입증 자료를 찾는 것은 검찰의 몫인데 이 후보 측이 수사에 적극 협조할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 차장검사도 8월 이 후보가 ㈜다스 지분 96%를 차명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공직자 재산신고 때 누락시켰다며 지만원씨가 제기한 의혹과 관련, "㈜다스 경영자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출석에도 불응해 소유 관계 규명은 물론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하도록 의사 결정한 사람을 밝히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밝혔었다.

 

검찰은 또 서울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땅을 관리하고 있던 이 후보 측의 참고인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의 지분은 김씨 본인 소유이지만 맏형 이상은씨의 지분은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는 `어정쩡한' 수사 결론을 내리기도 했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 때 적용한 혐의 이외에 다른 혐의를 추가하려면 미국당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선 전까지 이 후보와의 연관성 등을 캐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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