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중앙일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을 질타하며 '대국민 항복'을 촉구하고 나선 데 이어, <동아일보>까지 이 대통령의 위기를 '자업자득'이라고 규정한 뒤 한반도 대운하 등의 즉각 포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저항이 나날이 거세지면서 <조중동> 모두가 이 대통령에 대한 선상반란을 일으킨 양상이어서, 이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동아일보> 대기자인 전진우씨는 31일 '봄날은 갔다'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에게 시간을 주자"면서도 쇠고기 협상, 대운하 강행 움직임, 인사 실패 등을 조목조목 질타했다.
그는 우선 쇠고기 파문과 관련, "한미 쇠고기 협상, 이 정부가 잘못했다"며 "두말할 것 없이 졸속협상, 부실협상"이라고 단언했다. 종전에 일관했던 <동아> 논조와는 180도 다른 진단이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치우친 나머지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에 소홀했다. 소홀했다기보다 너무 쉽게 봤다는 편이 맞을 것"이라며 "비록 괴담(怪談)의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며, 한미관계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 정서를 통상의 잣대로만 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단지 친미 반미의 차원이 아니다. 고마워하면서도 고까워하는 한국인의 부채감과 자존심이 복합된 산물이다. 이렇듯 폭발력이 강한 소재에 ‘싫으면 안 먹으면 될 것 아닌가’ 식의 단견으로 접근한 것이 이 정부의 실용주의라면 그 철학적 빈곤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고 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당장의 쇠고기 파동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과 이 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소통의 문제라고 하지만 신뢰의 위기라고 봐야 옳다.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며 최근의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거론한 뒤, "어려운 건 어렵다고 하고 국민에게 참고 견뎌내자고 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말로 바뀌겠다고 해서 잃은 신뢰가 돌아오는 건 아니다. 말은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가벼운 입을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는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부자 내각의 일도 잘하지 못하는 장관들’을 교체해야 한다. 사람 찾기 어렵단 얘기는 그만하라. 아는 사람, 인연 있는 사람들에서만 찾으니 없지, 이념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진짜 실용의 눈으로 찾는다면 왜 ‘덜 부자면서도 일 잘하는 인물’을 찾지 못하겠는가"라고 질타한 뒤, 아울러 "청와대의 책상물림들도 계속 훈련시킬 요량이 아니라면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반도 대운하가 4대 강 정비사업으로 바뀌고, 한편에선 대운하 건설을 위한 꼼수라는 ‘양심선언’이 터져 나온다. 이래서야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대운하는 차제에 확실하게 접는 게 낫다"고 대운하 즉각 포기를 촉구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실용 이전에 상식의 정치를 해야 한다. 아니, 상식을 실용의 원칙으로 삼으면 된다. 우파건 좌파건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으면 버림받는다. 상식에 맞게 국민을 섬기면 된다"며 "내달 3일이 이명박 정부 100일이다.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업자득이다.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이라고 했다"는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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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에 이어 <동아>까지 융단폭격을 가하고 나서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고립무원의 위기에 몰리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
- 임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