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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견제는 '나몰라'…자기 이익만 챙긴다(뉴시스)

말글 2008. 7. 24. 08:42

지자체 견제는 '나몰라'…자기 이익만 챙긴다
<지방의회 ①> 끊임없는 의원 자질시비…'풀뿌리 민주주의' 공염불
기사등록 일시 : [2008-07-23 12:30:00] / newsis.com All rights reserved

【서울=뉴시스】

1991년 제1기 지방의회가 구성된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정상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많은 지방의회 의원들은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쁘고, 뇌물과 개인적 이권에만 혈안이 돼 있으며, 폭력까지 휘두르며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더욱이 '무관심과 연고주의에 편승한 특정 정당의 의회 독점'으로 지방의회의 지자체 견제 기능은 없어진 오래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게 한 서울시의회의 '돈봉투 파문'을 계기로 2008년 한국의 지방의회의 자화상을 살펴보며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2008년 8월, 한국의 지방의회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5.31 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한 전국의 민선4기 지방의회에서 돈 봉투 추문 등의 불상사가 잇따라 발각되고 있다. 성추행, 비리, 도박, 폭행사건 등 지방의원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들도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이런 지방의회에, 또한 이같은 지방의원들에게 시·도정을 맡겨야 하는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공천 때 부터 '돈·인맥공천' 잡음

일각에서는 지방의회의 이같은 총체적 난맥상은 이미 공천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돈과 인맥이 얽힌 불공정한 공천이 이뤄졌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천 때 불공정 시비가 일었던 지역구에서 당선돼 활동 중인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중 일부는 이번 돈봉투 추문에서 김귀환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5.31 지방선거 출마자 공천이 한창이던 2006년 3월15일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돈·인맥공천'을 성토하는 건의문을 만들어 중앙당에 제출했다.

당시 한나라당 시의원 87명 중 60여명은 의원총회까지 열어 "최근 한나라당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은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밝힌 공천 실태는 지역위원장들의 금품수수 의혹에서부터 친분관계에 의한 공천까지 다양했다. 일부 의원은 이에 불만을 품고 한나라당 당적을 버리기도 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나 중진 의원의 딸은 물론 위원장 친구의 형을 공천하자 해당 지역구 시의원은 물론 당직자와 당원들이 합세해 반발한 경우도 있었다.

대구 경북지역의 경우는 출발부터가 능력에 의한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확실한 줄을 잡고 있느냐가 관건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10여년이 넘게 한나라당 '천하'이다 보니 한나라당을 통하지 않고는 정계 입문조차 쉽지 않다는게 지역정가의 중론이다.

의원들은 당의 공천만 잘 받으면 당선이 100% 보장된다는 인식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도의원들을 만날 때 마다 '아이구 형님'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다선의원의 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관계로, 그 의원의 '거수기' 노릇을 거역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한 인사는 "결과적으로 적절한 자질 검증없이 진행된 공천의 폐해가 돈봉투 추문과 이권을 챙기기 등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지적했다.

◇지방의원 당선되면 주먹질은 기본?

이렇게 적절한 검증없이 지방의원이 된 이들의 추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박, 폭행사건 등에 끊임없이 연루되면서 스스로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장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의원들의 주먹질이다.

광주시의회에서는 최근 후반기 상임위원회 배정을 둘러싸고 의원 간 폭행사태가 빚어졌다.
서울 도봉구에서도 지난해 말 구의원이 구청 간부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의정비 인상을 앞두고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경기도의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이었던 A의원도 지난해 4월 차선변경 문제로 시민과 주먹질을 하다 망신을 당했다. 같은 의회 B의원 지난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때 '도의원을 무시한다'며 공무원을 향해 명패를 던지는 추태를 보였다.

청주시의회 의원들도 지난 2월 북한 개성공단 의원연수 과정에서 연찬회 도중 의원들끼리 막말을 주고받다 몸싸움까지 벌였다.

대구시 E의원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청 직원을 폭행, 공무원들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돈 봉투 추문으로 구속된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은 2006년 12월 서울시의 새해 예산을 심사할 예결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후배 시의원을 때려 물의를 빚었다.

◇뇌물수수·성추행 등 잇단 추문

지방의원들의 추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월 전북도의회 C의원은 전주의 한 사무실에서 수배자와 함께 화투를 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도박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같은 의회 D의원은 공사 수주를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3억원을 받아 챙겨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시의회 E의원은 복지법인 인허가 로비의혹 혐의로 구속 상태다. F의원은 성폭력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상임위원장과 의원직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광주 서구의회 G의원은 무면허 뺑소니 혐의로 최근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의회 H의원은 뇌물수수 알선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이다.

동두천시의회 I의원은 '부동산 투기'로, 경기도의회 J의원은 자신의 밭을 야구장으로 불법 용도변경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도의회 K의원은 지난해 5월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불구속 입건됐고, L의원은 성남소방서장이 룸살롱 여종업원을 성희롱한 것으로 알려진 자리에 합석, 구설수에 올랐다.

부산시의회 도시항만위원회 소속 시의원 6명은 지난해 1월 임시회 기간 중 제도개선 관련 공청회를 앞두고 부산시 고위간부와 집단 골프모임을 가져 물의를 빚었다.

◇전국 지방 의원, 한 해 95조 '주물럭'

이렇게 자질이 의심스러운 지방의원들이 한 해 주무르는 예산은 95조원에 이른다. 지방 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최연하 정책팀장은 "의원들의 기본적인 자질에 문제"라며 "대부분의 의운들은 지방의회를 국회로 가는 중간 단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기 경실련 관계자는 "현재의 모습은 지방의원의 낮은 수준과 주민들의 관심 부족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곪을 대로 곪은 지방의회가 어떻게 도의 예산 책정과 정책을 감시할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지역주민들도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되고 의정비가 대폭 인상됐지만 지방의원들의 수준과 자질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당공천제의 문제도 제기된다. 지역감정 속에서 특정 정당을 막연하게 지지하는 허점을 노려 자질검증 없이 후보로 나서고, 당선된 이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진대학교 김종래 교수는 "정당공천제가 있는 한 지방자치제는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심각한 경우 지방자치제의 제도적 붕괴까지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부·전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