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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원들 '돈 봉투 재판'에서 벌어진 일들(조선일보 사설)

말글 2008. 9. 27. 17:23

서울시의원들 '돈 봉투 재판'에서 벌어진 일들(조선일보 사설)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가운데 27%인 28명이 뇌물과 선거법 위반죄로 무더기 기소된 사건의 두 번째 재판이 25일 열렸다. 시의원들은 지난 4월 서울시의회 의장선거를 앞두고 김기환 의장으로부터 지지 부탁과 함께 100만~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김 의장은 3900만원을 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날 재판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시의원들이 법정 앞에서 재판을 기다리다 나누는 대화를 듣고 기겁했다고 한다. 한 시의원은 "100만원 받아놓고 (재판받으러 다니느라) 택시비 쓰고 식사하고 나면…(남는 게 없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의원은 피고인이 아닌 일행에게 "내 자리(피고인석)에 가서 대신 앉아 볼래"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러면 100만원 줘"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저 사람들(재판부)은 알아보지 못해. 안경만 바꿔 쓰면 돼"라고 한술 더 떴다.
 
다른 시의원은 피고인석이 모자라 방청석에 앉았던 상황을 거론하며 "자리가 모자라면 의자를 더 갖다 놓지…"라고 했고 다른 사람은 "시(市)에서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해"라고 맞장구쳤다. 이렇게 재판부를 조롱하며 실없는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선 단 한 줌 반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재수없게 걸렸다'는 생각만 비칠 뿐이다.

구속기소된 김 의장은 법정에서 검사가 "왜 30명에게만 돈을 줬느냐"고 묻자 "시간만 충분했으면 한나라당 시의원 102명 모두에게 줬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내 돈 내가 썼는데 뭐가 문제냐는 투다. 김 의장은 올 3월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서울시의원 중 가장 많은 188억원을 신고했던 사람이다. 설마 시의원들이 뭔가 뿌려질 걸 바라고 재산 1위를 시의장으로 뽑았다고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재판 내내 법정 곳곳에서 휴대전화 벨이 울렸고 일부 피고인들이 법정 밖으로 들락거려 재판 분위기를 해쳤다고 한다. 참다 못한 재판장이 "지금 야유회 나온 게 아니니 처신을 잘해 달라"고 훈계할 정도였다.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시의원이라고 앉아서 연봉을 6800만원씩 챙기면서 시민들한테 거들먹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추문으로 걸려든 시의원들을 모조리 보궐선거로 새로 뽑는 한이 있더라도 시의회를 제대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입력 : 2008.09.26 22:21 / 수정 : 2008.09.26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