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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의정비 시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연합)

말글 2009. 5. 21. 19:42

(서울=연합뉴스) 지방의원들의 과도한 의정비 인상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의 도봉.금천.양천구 주민들이 구 의원들에게 과다지급된 의정비를 되돌려받기 위해 해당 구청장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가 원고승소 판결한 것이다.

 

지난 2006년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예산집행 등을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이후 주민이 이긴 첫 판결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 판결에 따라 3개 자치구 의원 42명은 모두 8억 7천만원을 반납하게됐으며 구청별로는 금천구의원 1인당 2천 256만원, 도봉구의원 1인당 2천 136만원, 양천구의원 1인당 1천 915만원을 내놔야한다.

이 사안의 발단은 지난 2007년 12월 전국의 지방의회들이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된 의정비를 터무니없이 올린 것이었다. 도봉구의회의 경우 당시 187만원이던 월정수당을 무려 95%나 인상, 365만원으로 책정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의정비는 3천564만원에서 5천700만원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다른 지방의회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 2007년 3천만원대이던 의정비가 2008년에는 5천만원대로 치솟았다.

이번 판결에서 보듯 문제의 핵심은 의정비가 과다하게 인상됐다는 사실과 이러한 과다인상이 법절차를 어기면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의정비를 결정할 때는 주민소득과 의정활동실적 등을 고려하는 한편 반드시 공청회나 주민의견조사 등을 거치도록 하고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규정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됐다. 이번 소송을 맡았던 재판부도 이러한 결함을 지적하면서 '구청들이 의정비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의정비 인상을 전제로 하거나 유도하는 편향적인 내용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군구 기초단위까지 적용된 우리의 지방의회는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는 않는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제도라 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범했으나 지난 2006년 전문성을 갖춘 지역인재를 등용해 성실한 의정활동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유급제로 전환됐다. 의회가 무엇인가. 국민들이 지켜야할 규정과 절차를 만들어내는 곳 아닌가.

 

더구나 지방의회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범한 역사에서 읽을 수 있듯 주민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풀어주어야할 서비스적인 주체 아닌가. 그런데도 자기 수입 챙기기에 급급하고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면 모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의회와 지자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는 의정비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당장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시비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경우 지방의회에 대해 원천적인 거부가 국민들로부터 생길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5/21 15: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