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보수와 진보 진영을 망라한 각계 원로들이 1일 기초 지방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고 건 전 국무총리,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사회 원로 55인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공천폐지' 주장의 논거로 ▲금권정치, 연줄정치 등 비리와 정치부패 척결 ▲지방자치와 지역정치의 중앙정치권 예속 차단 ▲실질적 지방분권 및 진정한 주민자치 실현 등을 제시했다. 선언문은 특히 "국민의 80% 이상이 정당공천 폐지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와 여야 각 정당에게 공천폐지를 위한 선거법 개정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요구는 2006년 5.31 4대 지방선거 실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사안이다. 지난 3월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서명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지방자치발전연구회(회장 김성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의 73.9%가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의원의 정당공천과 관련해서는 현행 유지는 19.3%에 불과했고, `광역은 공천유지, 기초는 공천폐지'가 47.2%로 가장 많았으며, `광역과 기초의원 모두 공천폐지' 의견은 32%로 나타났다.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도 지난 2월19일 대전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및 중선거구제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굳이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각종 비리와 부패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선 이해당사자인 기초 의회의원과 기초 단체장들의 상당수가 공천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김종률, 정장선, 이시종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각각 기초단체장 및 의원 후보자의 정당공천제 폐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 폐지 요구가 `구문'임에도 불구하고 원로들의 선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정당공천으로 인한 폐해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인식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 기인한다고 본다. 원로들이 이날 선언문을 채택하면서 "건강한 지방자치를 만드는 일에는 요즘 사회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없다"고 강조한 점도 잇단 시국선언의 홍수 속에 신선함과 함께 설득력을 더 해주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은 "지역주민의 일꾼이어야 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이 국회의원과 중앙정치권에 종속되어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다"는 원로들의 지적에 겸허한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공천제 폐지 여부를 논의함에 있어 내천(內薦)이 현실적으로 작용했던 2006년 이전의 상황으로 단순 회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정당과 특정 후보자 사이에 밀실 담합에 따른 내천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아울러 2003년 헌법재판소가 기초의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정당표방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4조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4대 지방선거 중 유독 기초 의회의원선거 후보자의 경우에만 제한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위헌결정을 내린 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시.군.구 통합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본격적인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 때를 맞춰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보다 큰 틀에서 지방자치선거와 제도 전반에 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7/01 15: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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