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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여론에 귀막고 위험한 ‘4대강 속도전’(경향)

말글 2009. 12. 10. 20:54

반대여론에 귀막고 위험한 ‘4대강 속도전’(경향)

 

ㆍ구체적 공정률 제시 압박… 지방선거도 의식
ㆍ설계·공사 동시에 강행… “결국 대운하 의도”


10일 정부가 내년 말까지 4대강 사업 공정률을 6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4대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끌려갈 경우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2012년 대선 일정을 감안한 정치적 변수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공정률을 60% 이상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여름 홍수로 인한 사업 지연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홍형표 기획국장은 “2011년 여름 장마철 전까지 구조물 공사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내년 말까지 보와 준설 공사가 60% 이상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어려운 공사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턴키 발주 업체들이 내년 말까지 60% 이상 진행하겠다고 제출한 공정 계획에 따라 공정률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보와 준설을 포함한 전체 사업 공정률은 내년 말까지 50% 중반 이상 끝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라고 하니까 그렇게 계획을 짠 것”이라며 “설계기간이 짧고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사업의 변수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주요 구간을 턴키 방식(설계·시공 일괄 수주 방식)으로 진행한다. 2012년 말로 잡힌 완공 목표를 맞추려다 보니 건설사들이 설계를 마친 후 공사에 들어가는 정상적인 수순을 밟지 못하고 설계와 공사를 동시에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결국 부실 공사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설계를 정확히 한 뒤 그에 따라 예산을 정하는 식이 진행돼야 하지만 정부가 설계할 시간을 주지않은 채 공사와 병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턴키 공사의 경우 보통 설계에만 3~6개월씩 걸리는데 4대강의 경우 2개월밖에 시간을 안 줬다”며 부실 공사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내년 예산이 국회심의를 통과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공정률까지 발표하며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4대강 예산이 국회에서 삭감될 경우 재원 마련을 물론 외상 공사가 불가피하다.

또 2012년까지 국토해양부가 투입해야 할 4대강 예산(15조4000억원)에서 올해와 내년 예산이 각 50%를 차지한다. 정부 예산을 봐도 공정률 60%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최근 경남 양산 낙동강 일대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예산의 경우 다른 사업보다 보와 준설 등 핵심 공정에 먼저 투자할 예정”이라며 “또 문화재가 발견되는 지점은 공사 구간에서 제외해 100% 보존하고 나머지 구간만 공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무리하게 속도전을 내는 데는 추후 운하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는 “정부에선 결국 운하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라며 “일단 보를 이른 시일 내에 만들어놓으면 추후 반대 여론이 있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