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서면, 안개 낀 그늘서 농사가 되겄소?”(경향)
ㆍ나주 배 과수원상주·곶감단지 농민들 한숨
ㆍ일조량 적고 저온다습해 배밭 치명타 우려
ㆍ“곶감 안 말라 곰팡이만 끼고, 망하는 깁니더”
입력 : 2010-03-18 17:35:08ㅣ수정 : 2010-03-18 17:35:08
“안개가 겁나게 많이 낄 건데, 배 농사는 이제 끝나부린 거요. 그 지독한 검은별무늬병 한 번 오면 손을 쓸 수가 없을 건디….”
18일 오후 배나무 과수원 천지인 전남 나주시 금천면 원곡마을 들녘.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인 승촌보 건설 공사장으로부터 3㎞ 거리다. 한창 배나무 아래서 거름 주기와 가지 묶기를 하던 농민들이 “배농사 지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긴 한숨을 쏟아냈다. 바다 같은 보가 들어서면 당연히 습도가 높아지고, 대지 온도는 낮아져 배농사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2만4000㎡ 배농사를 짓는 김용선씨(57)는 “안개가 많아지면 일조량이 적어져 배나무가 영양분도 축적하지 못하고, 숨쉬기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모씨(56)는 “그러면 결국 열매도 맺지 못하는 것은 물로 나무 자체가 말라죽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최근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가 발표한 ‘안동댐 건설에 따른 농산물 재해상황 조사 분석’ 자료를 보면 농민들의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즉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연평균 안개발생 일수가 43.2일에서 63.6일로 20일 정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연평균 일조시간이 2706시간에서 2359시간으로 347시간이나 줄었다. 이 때문에 댐부근 농민 90%가량이 벼와 고추 농사에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원곡마을의 이웃인 석전마을 1만7000여㎡ 배나무에 밑거름을 주던 정재복씨(57) 표정도 어두웠다.
“농민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당께. 우리 농투성이들이 입는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거랑께. 징하게 불량한 정부여.”
김월수 전남대 교수(농생물학과)가 농민의 말을 거들었다. 김 교수는 “지금보다 저온다습한 날이 많아지면 햇빛이 차단된다”면서 “특히나 4~5월 배농사에는 가장 치명적인 검은별무늬병과 붉은별무늬병이 걸릴 확률이 많은데, 이 경우 배농사는 끝장”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검은별무늬병은 배나무에는 흑사병이나 마찬가지인데요. 4대강 공사를 한다면서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요.”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공정한 연구기관을 통해 안개일수, 서리, 기온변화 등에 대한 피해 내용을 조사한 후 공개해야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 한 나주 배 관련 연구원의 말은 더욱 구체적이다.
“나무에 있는 산소를 내뱉고,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이것으로 영양분을 축적하는 것인데…. 저온다습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이런 광합성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온갖 부작용이 생깁니다.”
또 배나무의 증산작용(수분퇴출작용)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 즉 바깥공기가 높고 습기가 적어야 잎과 줄기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그 빈공간으로 땅 밑에 있던 수분이 영양분과 함께 빨려 올라온다는 것. 그러나 저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잎과 줄기의 수분이 남게 됨에 따라 이런 증산작용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식물의 성장이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내는 경북 상주지역 농민들도 걱정이 태산같다. 곶감을 말리는 시기는 10월 중순~12월 중순 사이.
그런데 상주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속리산이 북서풍을 막아 곶감 생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낙동강에 상주보와 낙단보가 설치돼 곶감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찬씨(54·복룡동)의 하소연은 애달프다.
“보가 갑자기 두개나 생기면 어떡합니꺼. 지금도 곰팡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습도가 조금만 달라지뿌면 곶감농사는 그냥 망치는 깁니더. 그런데도 아무 대책도 없습니더….”
해마다 곶감 10만개 이상을 생산하는 박동준씨(42·상주농민회 사무국장)는 “앞으로 곶감 말리는 시기에도 습도가 계속 높아지게 되는데, 이는 곶감 만드는데 아주 치명적인 방해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농민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논리로 급하게 시작한 4대강 사업이 사실상 기상변화를 일으켜 농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농민 피해를 제대로 산출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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