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불법행위

인사검증 한나라의 ‘망각병’(경향)

말글 2010. 8. 18. 08:27

인사검증 한나라의 ‘망각병’(경향)

 김광호 기자

 

ㆍ야당땐 “범법자” 인준거부, 여당 되니 “국가운영 이해를”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 각료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등 인사검증을 놓고 ‘망각과 모순’의 강에 빠졌다. 과거 야당 시절 위장전입에 대해 “범법”으로 질타하며 낙마시키던 것과 달리 침묵과 비호로 일관하면서다. 오히려 “과거처럼 너무 엄격한 잣대로는 사람을 못쓴다”는 항변만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후 여권의 합창이 된 “공정한 사회”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이중 잣대’의 모습이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연일 후보자들의 도덕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침묵 중이다. 원론적으로 “여당이라고 비호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흠집을 내기 위한 정치공세는 막겠다”고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기세다. 외려 일부 비호에 나서는 기류도 감지된다. 남경필 의원은 17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 때 한나라당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면서 “국가를 운영하다보니 이(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과거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도저히 사람을 쓸 수 없으니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야당 시절 한나라당의 검증 잣대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대표적 사례가 2002년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다. 당시 장 후보자는 자녀의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 ‘맹모삼천지교’의 심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읍소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랄히 꾸짖었다. 당시 안택수 의원은 “ ‘맹모삼천’은 정말 얼토당토않는 이해”라며 “주민등록법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돼 있다. 장 후보자는 범법자”라고 질타했다.

참여정부 들어 2005년 4월 홍석현 주미대사 내정자 부인의 부동산 상속으로 인한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전여옥 대변인은 “참여정부의 인사시스템이 진작 고장난 것은 알고 있지만, 아예 작동도 안하나 보다. 청와대부터 불법과 부정의 인사를 밀어붙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같은해 2월 부동산 투기용 위장전입 의혹을 받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20년도 더 지난 과거사”란 해명엔 “이 땅의 청렴한 대다수 공무원들을 모독하는 일”(전여옥)이라고 직격했다. 박재완 의원(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은 2006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위장전입 문제 등에도 장관 임명을 강행한 점을 지적한 뒤 “우리 사회의 윤리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는 위정자를 비롯한 지도층의 표리부동한 위선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중 잣대’로 인한 불공정의 현실과 법치의 균열이다. 일반 국민들은 후보자들과 달리 여전히 주민등록법 위반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2007년까지 10년간 733명이 위장전입 혐의로 기소됐다. 영남지역 한 의원은 “지도층이란 사람들이 저렇게 범법자가 되고도 각료가 되는데,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말한들 먹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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