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 황금 횡령·금도장 로비 의혹, 이력 논란으로 확산(조선)
입력 : 2010.08.23 03:12
- ▲ 초대 국새를 만든 석불 정기호 선생의 아들 목불(木佛) 정민조 선생. /고죽산방 제공
"민홍규씨, 전통기술 후계자(옥새 전각장) 아니다"
민씨가 기술 전수 받았다는 정기호 선생의 아들 주장
국새(國璽) 제작 과정에서 남은 금(金)을 횡령하고 정·관계 인사에게 금도장을 만들어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홍규(56) 전(前) 국새제작단장이 자신의 이력을 속인 '엉터리 장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민씨는 그동안 옥새 만드는 비법을 대한민국 초대 국새를 만든 석불(石佛) 정기호(1899~1989) 선생에게 전수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옥새 만드는 방법은 대대로 옥새전각장 1인에게 전수돼 내려오는데, 자신이 정기호 선생 다음으로 옥새전각장의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故) 정기호 선생의 아들이자 그의 전각기술을 전수받은 목불(木佛) 정민조(66) 선생은 22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씨는 아버님 아래에서 어떤 기술도 전수받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25년 전쯤 부산 온천장에 있는 아버님 작업장에 딱 2번 온 적은 있다"고 말했다. 정 선생은 "우리 집에서 제자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6년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다른 아버지 제자들도 민씨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민씨가 스승이 지어줬다고 주장하는 '세불(世佛)'이란 호도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 정기호 선생은 아들 정민조 선생과 손자 정경원(32)씨에게 '목불(木佛)'과 '토불(土佛)'이란 호를 지어주고 후계자로 삼아왔다.
정 선생은 또 "아버지가 말년에 치매 기운이 있으셨는데, 당시 민홍규씨가 몰래 후계자 증명서 같은 것을 꾸며서 돌아간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민씨가 작업해온 다이아몬드 옥새 등 수십억원짜리 화려한 옥새 작품도 전통 옥새를 만드는 방법이 전혀 아니라고 지적했다. 민홍규씨는 지난 2006년 서울 중구 소공동 에비뉴엘 갤러리에서 3.5캐럿과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등으로 꾸민 30억원대의 화려한 옥새를 제작하고 전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선생은 "전통적으로 국새에 다이아몬드를 붙이거나 하는 적은 없다"며 "한 나라를 상징하는 국새를 만들려면 그 사람의 인품부터 보고 뽑았어야 하는데 (거짓말쟁이를 뽑아) 안타깝게 됐다"고 말했다.
만약 이같은 정 선생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새 제작을 '엉터리 장인'에게 맡긴 정부가 처음부터 국새 제작 및 관리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된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6년 11월 초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새 모형을 공모한 결과 민씨가 당선돼 이번에 국새 제작을 맡겼다. 행정안전부는 그동안 "국새를 만드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보고만 받았다"고 밝혀왔다.
정민조 선생은 "만약 민씨가 계속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밝혀지면, 거짓말쟁이가 만든 국새도 새로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씨는 그동안 "5살 때부터 한학자인 조부에게서 서예와 회화를 배우고, 일본 도쿄대에서 유학한 부친에게서 조각을 배웠으며, 중학생 때 정기호 선생 문하에 들어가 서예·옥새·전각 등을 배웠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본지는 이날 민씨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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