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도곡동 땅’ 태풍의 눈으로 떠올라(한겨레신문)

말글 2007. 7. 21. 10:22
‘도곡동 땅’ 태풍의 눈으로 떠올라
김만제 ‘문답서’ 파장
한겨레 권태호 기자
»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민검증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후보가 땅 매입요청’ 서청원주장 힘 얻어
이후보쪽은 계속 부인…검찰수사로 판명날 듯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의 서울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이 전체 경선 판도를 좌우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1998년 감사원 감사에서 ‘실소유자가 이 후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한 발언은 이 후보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다.

김동철 의원(무소속)이 20일 공개한 당시 감사원의 문답서는 여태껏 줄기차게 제기된 도곡동 땅 차명 의혹에 대한 또하나의 방증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김만제 전 회장은 문답서에서 당시 도곡동 땅 매입을 담당한 김광준 상무로부터 실소유자가 이 후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박근혜 후보 캠프의 서청원 상임고문이 최근 김 전 회장과의 골프 모임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이명박씨가 찾아와 도곡동 땅이 자기 땅인데 사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감사원 문답서가 곧 도곡동 땅이 이 후보 땅이라고 확증하진 못한다. 김만제 전 회장은 문답서가 공개된 뒤 그런 답변을 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런 소문이 있었다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 문제는 검증 관련 핵심 사안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설사 이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해 대선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이 문제는 마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병역’ 문제처럼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도곡동 땅 문제는 검찰 수사에서도 핵심 사안이다. 검찰은 김만제 전 회장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이외에도 감사원 문답서에 등장하는 당시 포철 관계자, 감사원 감사관 등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서 이 문제가 곧바로 판명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검찰 수사에서 도곡동 땅이 이 후보의 것이라고 판명나면, 이 후보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명의신탁 자체의 법적인 문제보다도 그동안 “단 한 평도 남의 이름으로 내 땅을 가진 바 없다”며 이 후보가 강력히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19일 검증청문회에서 그는 “(도곡동) 그 땅이 내 땅이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유머를 섞어가며 차명 의혹을 부인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허태열 의원은 “만일 사실이라면 이 후보는 국민들을 상대로 새빨간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된다. 외국의 경우, 이런 일이 일어나면 후보 사퇴를 할 만큼 큰 사안”이라며 “본선에 올라가도 결과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당 검증청문회에서 이 후보는 ‘만약에 이후에 어떤 과정으로라도 (이) 후보 것으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처남) 김재정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게 아니라, 조사를 의뢰했다”고만 답했을 뿐, 뚜렷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정치적 파장이 의외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긴 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그동안 도곡동 땅 의혹이 너무 오랫동안 끌어 면역력을 키운데다 사람들이 식상해 있다”며 “어떤 사실이 완전히 ‘꼭지’를 딸 정도로 분명히 드러나긴 쉽지 않다. 다만 국민들이 봤을 때 ‘이상하다’, ‘정황상 이 후보 것인 것 같다’고 느끼면 여론조사 등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