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사교육 확대” “부자위한 공약” 높은 관심 | |
유권자들 질문-대답 | |
이재명 기자 성연철 기자 | |
정 후보쪽 “대학과외 있을 수 있지만 중등학교 사교육과 달라”
권 후보쪽 “사교육 전면폐지 의견 있지만 아직 아이디어 차원” 문 후보쪽 “대학 장학급 늘리고 저소득층 자녀학자금 무이자로” 이 후보쪽 “맞춤형 장학제 등 저소득층도 신분상승 기회 주겠다”
교육문제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반영하듯 100인 유권자위원들은 교육 분야에 가장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학부모 혹은 학생으로서 겪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평가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유권자위원 가운데 현직교사·학원강사·교수 등 ‘현장 교육전문가’만 5명이었다.
정동영 후보가 내놓은 연구중심대학 육성안에 대해 조한진(39) 위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영재를 직접 발굴하거나 교육중심대학에 다니는 1~2학년 성적우수대학생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선발하면 오히려 대학생까지 사교육을 확대·팽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 쪽을 대표한 김하수 연세대 교수는 “대학과외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직업교육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교육을 파괴하는 중등학교의 사교육과는 다르다”며 “영재 발굴은 (경제력 등) 외적요인은 부족하지만 잠재력이 큰 학생을 선발해 일반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어렸을 때부터 질 높은 교육을 거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형규(43) 위원은 권영길 후보의 학원 선행학습 금지와 같은 사교육 공급 제한 공약을 두고 “사실상 과외금지 조처로 보인다”고 평가한 뒤 “대다수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선호하고 있는데 국가가 정책적으로 사교육을 제한하는 게 옳은지, 그렇다면 이를 보완할 공교육 혁신방안은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권 후보 쪽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해외유학, 고액과외, 밤늦은 학원강의 등 사교육의 과도한 측면을 국가정책으로 조율하고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라며 “민노당 일각에서는 사교육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군사독재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이디어 차원으로 아직 정리된 대안을 못 만들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대학생인 김준희(29) 위원은 문국현 후보 쪽에 “대학 등록금이 해마다 6~7%씩 오르고 있다. 민노당은 등록금 부담을 낮출 정책이 있는데 문 후보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 쪽 신봉호 교수는 “교육복지 차원에서 대학의 장학금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저소득층 자녀 학자금 금리도 무이자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명박 후보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대해 최종옥(55) 위원은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는 저소득층은 엄두도 못낸다”며 부자들을 위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 쪽 전재희 최고위원은 “학비가 비싸 저소득층이 갈 수 없다면 맞춤형 장학제도로 전액 지원하겠다”며 “상대당이 (이 후보의 교육공약을 왜곡해) 몰아붙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가난한 사람에게도 학업·신분상승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후보가 ‘학교 만족 두배, 사교육비 절반’ 공약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한겨레>와 참여연대가 100인 유권자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우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0명 가운데 59명이 “공약대로 하면 사교육비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이 후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이 후보의 공약이 서민층에게 더 불리해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한 유권자위원도 58명에 달했다. 유권자위원 55명은 “이 후보 공약대로 대학입시를 자율화하면 본고사가 부활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자립형 사립고 등을 확대할 경우 고교평준화 체제가 붕괴되고 고교입시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답한 유권자위원도 56명이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영어교육정책
네 후보들은 사교육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영어 등 외국어 교육에 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내놨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나란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를 연간 3천명 이상 양성할 수 있는 ‘영어교사 자격인정 제도’를 도입하고 영어 교사들의 연수와 국외 교류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수요자 맞춤형 외국어 무상 공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 2시간 이상의 영어진행 수업을 편성하고 초등학교에 영어 전담교사를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행 외국어고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외국어 교사, 통번역 전문가 등 최고 수준의 외국어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국현 후보는 조기교육 확대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 쪽은 “선진국에선 4, 5살 때 모국어를 완전히 떼고 6살부터 10살 사이에 제1외국어부터 제3외국어까지 떼곤 한다”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주당 1시간씩 하고 있는 우리 영어 교육을 6살부터 하도록 하고, 시간 역시 주당 3시간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 쪽은 “양극화와 사교육 문제를 심화시키는 현행 영어교육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며 “여러 정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패널들의 공약 평가
문국현 후보의 좋은 일자리 창출, 국립대 공동학위제에 의한 서열주의 완화, 외국어고·자립형사립고등학교 등의 입시명문고 억제, 3불 정책 등은 적어도 원인과 처방이 일치하는 공약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여기에 다른 후보들이 간과한 ‘사교육이 붙지 않는 학교 내신 3단계 개혁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문제는 효과와 가능성에 있다. ‘국립대 공동 학위제’는 강력할 경우 서울대의 반발이 예상되고, 반대로 미약할 경우 서열주의 완화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다른 여타 공약도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이 많다. 문제는 이행 전략에 관련된 대안의 취약함에 있다. 문 후보가 제시한 사회적 대타협은 성사 가능성이 낮다.
송인수(좋은교사운동 대표)
정동영, ‘대학서열 고착’ 해법 불명확…권영길, 단기처방은 없어
권영길 후보의 공약은 대학서열주의, 학벌 문제에 관한 한 논리적인 정합성이 돋보인다. 국립대학을 평준화시킬 경우 전통적 대학 서열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대학의 국가관리체제로 인한 행정 비효율성, 그리고 평준화 제도의 실현 가능성에 관한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대학평준화제도 도입을 권 후보 자신이 장기 과제로 설정한 이상 당장 우리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대학서열주의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단기처방이 없는데 이에 대한 대답이 없다. 중등교육에서도 시장원리에 의한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학교구성원들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것 외에 구체적인 중등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윤지희(교육과시민사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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