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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유령직원' 국세청 조사 요구가 "선거법 위반?"(한겨례신문)

말글 2007. 11. 18. 11:25
‘이명박 후보 유령직원’ 국세청 조사 요구가 “선거법 위반?”
한겨레 김미영 기자
»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 캡처 화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녀들의 ‘유령 직원’ 탈세의혹에 대한 국세청의 전면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 게시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폐쇄를 요구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미디어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서는 ‘푸른고래’ 아이디의 누리꾼 제안으로, 이 후보 탈세 의혹에 대한 국세청 조사를 요구하는 ‘네티즌 청원운동(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33668)’이 진행됐다. 5천명의 서명을 목표로 했지만 단기간에 서명자 1만1천명을 넘기며 누리꾼의 열띤 반응으로 이어진 청원운동이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원회는 이 운동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의 글 게시를 금하는 ‘선거법 93조 위반’이라는 이유로 다음 쪽에 해당 게시판 삭제를 요청했다. 다음은 14일 선관위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청원 게시판을 전격 폐쇄했다. 이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 벽보, 사진, 문서, 인쇄물을 배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이번 인터넷 서명은 지난 9일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이 후보의 건물 관리회사인 대명기업에 큰딸과 막내아들이 이 회사에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직원으로 등재돼 매달 120만원,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250만원 등 모두 8800만원의 월급을 받아, 이 액수만큼 탈세를 했다”고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겨레>에 의해 보도된 이 사안은 ‘수백억대 부자 대통령 후보의 치졸한 탈세’에 대한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비난과 관심이 몰리면서 대선 공간 주요이슈가 됐다.

 

애초 탈세의혹을 “터무니 없다”며 부인하던 한나라당도 인터넷에서 이와 관련한 누리꾼들의 댓글이 2만여개가 붙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11일 이 후보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탈세 의혹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누리꾼 비난이 거세지자, 13일 미납세금 4300만원을 납부했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탈세 혐의’를 인정했다.

 

‘밀린 세금’ 납부에도 누리꾼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탈세 의혹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돈으로 탈세 의혹을 막는 일’이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4300만원 납부’가 알려진 14일에도 누리꾼들의 비난과 서명은 이어졌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해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아고라의 네티즌 청원은 14일 폐쇄됐다.

 

“이게 왜 선거법 위반이냐? 그럼 선거기간 내내 후보자들에게는 문제제기도 못하는 거야?”(포아리)

“언로를 막는 선거법은 문제가 있다.”(fly high)

“이명박 후보의 탈세 의혹에 대한 조사 요구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결정에 강한 우려를 표합니다 .”(wheat)

 

“폐쇄한 이유는 뭐인가? 어떻게든 눈가림을 하겠다는 이유인가? 공정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선관위가 직접 나서서 부패한 사람의 진실을 조사하는 것을 막는 것은 웃긴 이야기 아닌가?”( leetaean)

 

■ 선관위 홈페이지 “선관위가 건전하고 자발적인 여론 형성 막아” 비난 쇄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여광장’에도 선관위의 조치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이정미씨는 “공정한 선거 관리가 입후보자가 저지른 불법 행위를 조사하는 청원조차 막는 것인가? 공정한 선거관리를 내세워 국민의 자발적인 여론 형성을 막는 것은 양식이 없는 행위”라며 “선관위는 국민의 여론이 건전하고 자발적으로 형성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배씨도 “선관위가 무소불위인가? 선관위의 법에는 탈세는 위법이 아니냐? 엄연히 탈세를 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까지 탈세에 대한 면죄부를 주면서까지 감싸고 도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국민의 힘으로 평등한 법적용을 위해 청원하는 것, 사실과 의혹을 조사하는 것도 불법인가”라고 꼬집었다.

 

■ 대선미디어연대 “청원게시판 삭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것”

 

시민단체들도 선관위의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이 청원운동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친인척을 유령직원으로 가장해 ‘탈세’한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이라는 점에서다. 또한 이 후보의 탈세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의견은 국세청(www.nts.go.kr) 홈페이지에만도 700여건 이상 올라온 상황이어서 이중잣대 비판도 받고 있다.

 

대선미디어연대 이준희 대외협력본부장은 “세금을 내지 않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탈세 혐의를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행동인데, 선관위가 이를 선거운동으로 보고 게시판을 삭제하도록 한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들의 정치 의사 표현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라며 “포털을 언론으로 봤을 때에도 선관위의 이번 행동은 언론의 편집권과 시스템에 대한 탄압·침해 행위”라고 꼬집었다.

 

‘선거법 93조’는 인터넷 상에서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참여연대, 문화연대, 진보넷 등 6개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 192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대선미디어연대는 다음주 중 ‘선거법 93조’ 등 누리꾼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선관위의 과도한 법 적용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조사팀 관계자는 “청원운동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제안자인 ‘푸른고래’가 청원을 올리면서 명시한 제안글이 특정후보에 대한 비판이라는 ‘선거법 93조’ 위반에 해당돼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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