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5일 (금) 19:53 세계일보
“영어 때문에 조기유학 보내는 것 아닌데…”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5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영어 공교육 강화와 관련, “소위 ‘기러기아빠’라든지 ‘펭귄아빠’라든지의 별칭이 있는 이산가족 현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인 기러기아빠들은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조치로 조기유학이 줄어들지도 의심하고 있다.
◆영어 공교육 강화 효과는=영어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인수위의 발표에 자녀의 조기 유학을 준비하거나 이미 보낸 기러기아빠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일부 기러기아빠들은 조기 유학을 보낸 이유가 오로지 영어만이 아닌 교육 환경 때문인데, 인수위가 부분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5년 전 자녀와 부인을 미국으로 보낸 현직 대학교수인 주모(49)씨는 “공교육만으로 영어로 소통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단기간에 그런 교육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궁극적으로 한국 교육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 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려는 수요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부장인 이모(44)씨도 “인수위에선 영어교육만 제대로 시키면 다 될 줄 아는데 그건 오해”라면서 “아이들을 유학 보내는 목적은 단순히 영어가 아닌 글로벌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입시에 찌들지 않고 전인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하려고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러기아빠의 쓸쓸한 자화상=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발언으로 ‘기러기아빠’들의 실태와 문제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기러기아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교육계에서는 5만∼6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기유학을 위해 인천공항을 빠져나가는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2년 1만132명이었던 출국자 수는 2003년 1만498명, 2004년 1만6446명, 2005년 2만400명, 2006년 2만9511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회사원 황모(42)씨는 경제적·시간적 궁핍으로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펭귄아빠’다. 3년 전 초·중학생 남매와 아내를 미국 시카고로 보내고 혼자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황씨는 “아침은 거르기 예사이고, 저녁은 술로 때우기 일쑤”라며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유학을 보냈다’는 말을 듣기 싫어 본가에도 가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57)씨는 명절이나 휴가철 등 1년에 한두 차례 외국에 있는 가족들과 만나는 전형적인 기러기아빠이다. 7년 전 미국 뉴저지로 부인과 고등학생 두 딸을 보냈다. 자영업을 하는 만큼 경제적 여건이 어렵지 않아 미국에 있는 가족들은 1년에 한 차례 방학인 6월에 한국에 들어와 2개월가량 머물다 간다.
박씨는 “오래전 보내 익숙해졌고, 1년에 2개월을 부인과 자녀와 함께 보내기에 특별히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아침은 과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손님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들에 비해 대기업 부장인 이모(45)씨는 탄탄한 재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 수시로 외국으로 나가 가족과 상봉하는 ‘독수리아빠’에 속한다. 지난해 아내와 중학교 1학년 딸을 캐나다로 보낸 이씨는 1년에 3∼4차례 캐나다로 날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온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대학생 인턴기자=김민중·김예랑·황유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언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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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사자들인 기러기아빠들은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조치로 조기유학이 줄어들지도 의심하고 있다.
◆영어 공교육 강화 효과는=영어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인수위의 발표에 자녀의 조기 유학을 준비하거나 이미 보낸 기러기아빠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일부 기러기아빠들은 조기 유학을 보낸 이유가 오로지 영어만이 아닌 교육 환경 때문인데, 인수위가 부분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5년 전 자녀와 부인을 미국으로 보낸 현직 대학교수인 주모(49)씨는 “공교육만으로 영어로 소통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단기간에 그런 교육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궁극적으로 한국 교육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 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려는 수요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부장인 이모(44)씨도 “인수위에선 영어교육만 제대로 시키면 다 될 줄 아는데 그건 오해”라면서 “아이들을 유학 보내는 목적은 단순히 영어가 아닌 글로벌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입시에 찌들지 않고 전인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하려고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러기아빠의 쓸쓸한 자화상=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발언으로 ‘기러기아빠’들의 실태와 문제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기러기아빠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교육계에서는 5만∼6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기유학을 위해 인천공항을 빠져나가는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2년 1만132명이었던 출국자 수는 2003년 1만498명, 2004년 1만6446명, 2005년 2만400명, 2006년 2만9511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회사원 황모(42)씨는 경제적·시간적 궁핍으로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펭귄아빠’다. 3년 전 초·중학생 남매와 아내를 미국 시카고로 보내고 혼자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황씨는 “아침은 거르기 예사이고, 저녁은 술로 때우기 일쑤”라며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유학을 보냈다’는 말을 듣기 싫어 본가에도 가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57)씨는 명절이나 휴가철 등 1년에 한두 차례 외국에 있는 가족들과 만나는 전형적인 기러기아빠이다. 7년 전 미국 뉴저지로 부인과 고등학생 두 딸을 보냈다. 자영업을 하는 만큼 경제적 여건이 어렵지 않아 미국에 있는 가족들은 1년에 한 차례 방학인 6월에 한국에 들어와 2개월가량 머물다 간다.
박씨는 “오래전 보내 익숙해졌고, 1년에 2개월을 부인과 자녀와 함께 보내기에 특별히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아침은 과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손님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들에 비해 대기업 부장인 이모(45)씨는 탄탄한 재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 수시로 외국으로 나가 가족과 상봉하는 ‘독수리아빠’에 속한다. 지난해 아내와 중학교 1학년 딸을 캐나다로 보낸 이씨는 1년에 3∼4차례 캐나다로 날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온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대학생 인턴기자=김민중·김예랑·황유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언론전공)
기러기아빠=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부인과 아이들을 외국에 떠나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빠.
펭귄아빠=자녀와 부인을 외국으로 보냈으나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수년째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아빠.
독수리아빠=재력이 든든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 조기유학 간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바로 외국으로 가서 만날 수 있는 아빠.
펭귄아빠=자녀와 부인을 외국으로 보냈으나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수년째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아빠.
독수리아빠=재력이 든든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 조기유학 간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바로 외국으로 가서 만날 수 있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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