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불법행위

'받은' 놈 '즐긴' 놈 '빼돌린' 놈'(조선일보)

말글 2008. 7. 25. 08:02

로또에 1억·술값만 2억… 공기업 비리 상상초월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의 5급 직원 하모(35)..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의 5급 직원 하모(35)씨는 2003년 6월부터 3년간 공단자금 15억원을 빼돌려 몽땅 탕진했다. 주식투자에서 6억원을 손해 본 다음 그는 경마와 경륜에 손을 댔다. 주말마다 한 경주당 최고 1000만원까지 걸었다가 3억원가량을 날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로또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많게는 1000만원어치씩 복권을 사는 데 모두 1억원 가까이 썼지만 고액에 당첨된 것은 거의 없었다.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 등에서도 돈을 물 쓰듯 했다.

이런 하씨의 행각은 지난 5월에서야 검찰의 공기업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이는 무려 5년 동안 근로복지공단의 내부 감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4월부터 공기업 비리를 중점 수사해온 대검찰청은 24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씨의 경우는 수많은 공기업 비리의 한 사례에 불과했다. 일부 공기업 직원들의 타락은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그 양상은 구조적이고 고질적이었다.

◆공기업은 비리 만물상
한국도로공사 경남지부의 간부 이모(51)씨 등 3명은 무면허 공사업자에게 6건의 공사를 발주해 주고 성매매가 포함된 태국 호화여행을 다녀온 혐의가 적발됐다. 낮에는 최고급 골프장에서 운동을 하고 밤에는 성매매까지 즐긴 이씨 등이 3일간 쓴 경비는 1080만원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도로공사 인천지사 부지사장을 지냈던 배모(46)씨 등은 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 5078㎡를 팔라는 청탁을 받고 35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에는 국유지 매각업무에 대한 절차나 규정조차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2006년 기획예산처 주관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공기업 고객만족도를 조사할 당시, 도로공사직원들이 일반인인 것처럼 위장해 응답한 사실도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도로공사는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지난 6년간 연구원 6명이 과학기자재를 허위로 구입하는 방법으로 22억원을 '슬쩍'했다. 책임연구원 1명은 9억4000만원을 빼돌려 술값만 2억원을 썼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의 노조위원장 김모씨 등 3명은 납품 청탁을 받고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코스콤은 평균 연봉이 9185만원으로 공기업 가운데 3번째로 많다.
한국관광공사 직원 윤모씨는 카지노 보안시스템에 대한 입찰정보를 사전에 유출하고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자신이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자 동료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기도 했다.

증권예탁결제원의 경우, 경영지원본부장 김모(54)씨 등 5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점수를 조작하고 그것을 덮기 위해 각종 서류를 위·변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직원의 비리가 적발된 공기업은 21곳에 이른다. 모두 104명이 입건돼 그 가운데 37명이 구속 기소됐다. 이들 외에 19개 다른 공기업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어서 규모는 더욱 늘 전망이다.

◆물 새듯 샌 국가 보조금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국가보조금 유용비리 수사에서도 440억원이 부당 지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4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소외계층과 중소기업 지원, 낙후지역 발전, 신기술개발 등 특정 목적에 나가는 국가 보조금은 한마디로 '눈먼 돈'이었다는 것이다.
유가상승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화물차 운전자에게 지원되는 유가(油價) 보조금의 경우, '유령 화물차'에 기름을 넣었다는 가짜 증빙서를 만들어 1억원을 빼돌린 모 시청 공무원도 있었다.



 

입력 : 2008.07.25 02:48